▲ 서재응 선수 | ||
팀들은 물론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이 생기는 선수들은 에이전트사를 통해 활발하게 시장 조사에 돌입하는 등 빅리그는 스토브 리그의 새로운 장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 역시 그 어느 겨울보다 활발한 이동이 예상되기도 한다.
맏형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박찬호(32)는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있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다.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정적인 가운데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그 누구보다 절박하다. 물론 내년 시즌 1천5백만달러(약 1백50억원)의 연봉이 보장돼 있다. 그러나 그 중에 1천만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샌디에이고로서는 박찬호가 수준급 선발 투수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길 요구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 시즌과 내년 봄 시범 경기에서 부활투만 보여준다면 만사 해결이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를 보면 그조차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문제다. 9월22일 현재 12승7패라는 외형상 준수한 성적표가 있지만 방어율이 5.86에 1백49이닝에서 볼넷이 76개나 되는 등 내용면에서는 전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2006년 시즌에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시즌 종료와 함께 다시 FA가 되므로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서도 내년 시즌이 본인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부진이 거듭된다면 다시 ‘먹튀’라는 오명과 함께 방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병현(26)에게는 시즌 막판의 부상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올 시즌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는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돼 재기를 앞두고 우려를 주던 김병현은 선발로 훌륭히 전업,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덴버 지역의 언론과 팬들도 내년 시즌 팀 재건을 위해서는 반드시 김병현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아쉽게 부상이 나왔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김병현은 그러나 지난해에 보스턴에서 쥐어줬던 ‘2년간 1천만달러’ 계약 정도의 고액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아직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만 증명된다면 에이전트의 능력에 따라 연봉 2백만~3백만달러 선에서 2~3년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콜로라도에 머물게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김선우(28)가 저렴한 몸값 덕분에 콜로라도에 머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시즌 중반에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방출됐던 김선우는 콜로라도에 픽업되며 얻은 기회를 살려 호투를 거듭하며 인정을 받고 있다. 아직 공식 FA 자격은 없지만 콜로라도와 재계약을 맺지 않으면 어떤 팀과도 계약을 맺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또 다시 스프링 캠프부터 다시 경쟁을 시작해 살아남아야 하고, 그 후에도 최저 연봉 수준에서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 김병현(왼쪽), 김선우 | ||
흥미로운 선수는 최희섭(26·LA 다저스)이다. 올 시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오른손 선발 투수만 상대하는 플래툰 시스템에서 심지어는 대타 위주로만 기용되던 최희섭은 시즌 종반 간간이 선발 출장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희섭이 내년에도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팀 내에서 폴 디포데스타 단장과 짐 트레이시 감독 사이의 묘한 기류 변화에 따라 최희섭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시즌을 보낸 다저스는 단장이든 감독이든 둘 중에 한 명은 책임을 져야할 입장이다.
최근 들어 트레이시 감독이 피츠버그로 옮겨갈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감독이 떠나면 최희섭은 머물고, 단장이 떠나면 최희섭도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트레이시 감독이 남는다면 최희섭에게는 차라리 다른 팀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9월22일 현재 2할5푼3리 15홈런 41타점을 기록한 최희섭은 총 3백4타수에서 이 성적을 올렸다. 풀 시즌을 뛴다면 6백번 가까이 타석에 설 수 있는데, 물론 좌투수들을 훨씬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타율은 떨어질 수도 있지만 홈런과 타점은 분명히 올라간다. 풀타임으로 믿고 뛸 수 있는 하위권 팀으로 가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오히려 최희섭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가장 흥미로운 선수는 뉴욕 메츠의 서재응(26)이다. 9월22일 현재 총 12게임을 선발로 뛴 것이 전부인 서재응은 7승2패에 방어율 2.38의 눈부신 능력을 발휘했다. 풀타임으로 뛸 경우 35게임 등판이 가능하므로, 올해 보여준 능력을 꾸준히 과시했다고 가정하면 20승도 거둘 수 있는 기록이다.
▲ 최희섭 선수 | ||
그러나 크리스 벤슨과 스티브 트랙슬의 계약이 남아 있고, 빅토르 잼브라노 역시 보유권이 있기 때문에 만약 매니 라미레스 같은 초대형 선수를 영입할 때 상대팀에서 서재응을 강력히 요구한다면 전략 트레이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재응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아직 FA나 조정신청 자격도 없는 서재응은 내년에도 50만달러 미만의 연봉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그런 몸값에 이 정도의 투수라면 MLB 30개 팀 중에서 원하지 않을 팀이 없다. 반면 메츠가 노장 한 명을 포기하고 서재응과 염가에 다년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다양한 가능성이 생긴 것은 서재응이 그만큼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며, 앞으로 1~2년 정도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서재응은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로 코리안 대박 선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