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왼쪽)과 조중연 부회장. | ||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국감을 통해 ‘축구협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은 열린우리당 이광철, 안민석 의원에 의해 협회의 ‘대외비’가 전부 노출됐다. 두 의원은 협회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한 듯, 협회의 예산과 관련한 구체적 의혹과 증거물을 담은 정책 자료집까지 국정감사 자리에서 공개한 상태다. 정책 자료집을 낸 자체도 큰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자료집에 담긴 내용도 단순 의혹 제기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와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협회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의원은 ‘조직 및 재정 회계 구조 분석을 통한 축구협회 개혁방안’이라는 제목의 정책 자료집을 통해 지난 2003년도 사업 이익 1백32억원의 행방, 기업스폰서 현물 후원 내역 재무제표 미기재, 지자체와의 일방적인 경기장 사용 협약, 축구협회 스폰서십 대행사인 FC네트워크와 영국 에이전트사인 캄(KAM)과의 유착 관계에 대한 사항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협회 관련 사실들이 정책 자료집에 적잖이 흘러 나와 눈길을 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 2003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협회 전체 예산 중 정 회장 1인을 위한 의전 비용이 13억3천1백98만원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이들 의원은 협회 내 익명의 고발자의 전언을 빌어 “정 회장에게 활동비 6억2천7백49만원, 홍보비 2억1백31만원, 업무추진비 5억5백97만원이 지원됐으나 증빙 서류가 없다”고 지적했다.
2004년 예·결산서를 언급, 예산액과 결산액이 1백억원 이상 크게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지나칠 수 없는 대목. 두 의원은 2004년 결산보고서와 예산서를 증거로 내보이면서 예산서상 수입액이 2백21억원으로 나와 있으나 실제 결산서 상에는 3백31억원으로, 예산서의 지출액은 2백64억원이나 결산서상에는 3백30억원으로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05년 대한체육회에 보고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 토토) 수입액(15억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보고한 수입액(12억원)이 3억원가량 차이가 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회계 전문가가 아닌 대한축구협회 산하 지역 축구협회장 두 사람이 협회 감사로 등재된 점도 주목할 만한 사항. 협회가 형식적인 감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여기서 두 의원은 2004년 결산이사회에서는 회장은 물론, 감사조차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보고만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추가로 지적했다.
각 월드컵 경기장 사용을 놓고 대한축구협회장과 각 지역단체장 사이에 맺은 계약 내용도 공개됐다. 두 의원은 지난 2005동아시아대회 경기 장소 협약서를 공개하면서 계약서상 대한축구협회는 관중 수에 관계없이 경기 중요도에 따라 지자체로 하여금 일정액을 입금시키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에 준 기부금 내역과 이에 얽힌 비화도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003년 10억, 2004년 12억1천만원, 그리고 올해 9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의원은 정 회장의 기부금 내역을 설명하면서 연합뉴스가 2003년 12월 협회가 결산보고서를 마무리할 때쯤 “정 회장 기부금 없다”는 기사를 게재하자 정 회장이 “기부금 12억원을 내기로 했다”며 기사 정정을 부탁한 일화를 소개했다.
TV중계권료도 경기마다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됐다. 단일 경기로는 MBC가 지난 2003년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 때 무려 8억원을 중계권료로 지불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밖에도 국제경기에 참석하는 VIP들을 위한 리셉션이 대한축구협회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자체측에서 비용을 댄다는 사실도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