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코칭스태프 라인업에 손을 많이 댔다. 이광환 2군 감독, 황병일 수석, 이상군 투수, 이건열 타격, 장재중 배터리 코치 등 5명이 팀을 떠났다. 이순철 감독은 내년이 계약 마지막 해다. 지난 9월 한때 경질설까지 나돌았을 만큼 ‘위기의 남자’였던 이 감독은 그러나 당초 계약대로 내년 시즌을 보장받았다. 거꾸로 해석하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순철 감독에겐 내년 한 시즌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무조건 4강에 들어야 한다는 단순한 목표 달성과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코칭스태프를 대거 교체한 셈이다.
올시즌 중반 일부 선수들의 눈에 드러나지 않은 항명 사태 때 코칭스태프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LG는 김인식 2군 감독, 양승호 수석, 최계훈 투수, 이정훈 타격, 서효인 배터리 코치를 새로 데려왔다. 한화에서 주루작전 코치를 맡고 있던 이정훈 코치는 본인이 워낙 타격코치에 대한 희망이 큰 데다 마침 LG의 영입 요구가 있자 두말없이 유니폼을 바꿔 입은 케이스다.
삼성의 경우 선동열 감독 친정체제 구축이 마침내 밑그림을 완성한 셈이 됐다. 김한근 이상윤 조충렬 양용모 등 2군 소속 코치 4명이 삼성 유니폼을 벗었다.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뒤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뜻밖이다. 통상 우승팀에서 코치 계약 해지가 발생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올해 선동열 감독이 팀을 새로 맡아 우승시키긴 했지만 본래 김응용 사장의 감독 임기가 2005년까지였다. 따라서 지난해 말 김응용-선동열 듀오의 사장-감독 취임 후 구단에선 김종모 코치만을 해임시키고 나머지 코치들에 대해선 가급적 1년 유예기간을 뒀다. 취임 당시 김응용 사장이 선 감독에게 부탁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자연스럽게 후속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삼성은 대신 해태 출신의 조계현 투수코치와 정회열 배터리 코치를 영입했다. 결국 선동열 친정체제 구축을 뜻한다. 정회열 코치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선 감독이 사령탑을 맡는 즉시 함께 이동할 ‘패키지 코치’로 알려져 있었지만 번번이 기회가 어긋나다가 결국 선 감독의 지도자 데뷔 2년 만에 뜻을 이루게 됐다.
기아 타이거즈는 사령탑 교체에 따른 후폭풍으로 코치진이 대거 바뀌었다. 서정환 감독이 대행 꼬리를 떼고 역시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대폭적인 인선을 했다. 기아가 올해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전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실패했다는 점도 대폭적인 물갈이의 원인이다. 장채근 조계현 박철우 백인호 신동수 김태룡 이케우치 등 무려 7명의 코치를 내보냈다. 1년간 야인 생활을 했던 김종모 코치와 김태원 이건열 김종윤 차영화 정인교 이강철 코치 등 7명이 새로 타이거즈 코치진에 합류했다. 기아는 김봉근 전 한양대 코치, 김정수 전 한화 코치도 영입했다. 올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이강철 코치의 지도자 데뷔가 눈에 띈다. 이강철 코치는 야구계에서 미래의 타이거즈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는 자발적으로 팀을 떠난 코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내부 승격과 외부 영입을 동시에 실시했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SK의 영입 제의를 받고 팀을 떠나자 최동원 잔류군 코치를 1군 투수코치로 올렸다. 또 LG로 떠난 이정훈 코치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 두산 내야수 출신인 김호 코치를 받아들였다. 종합순위 3위를 차지한 한화는 성적상으로는 코칭스태프 교체가 없었어야 했지만, 다른 팀의 코치 스카우트 공세에 연쇄적으로 반응하게 된 사례다.
강병철 신임 감독을 맞아들인 롯데는 1군 코칭스태프에는 손대지 않고 2군에서만 몇몇 코치와 계약을 해지했다. 대신 SK에서 박계원 수비코치를 데려왔고, 노상수 김무관 윤형배 코치 등을 2군에 투입했다. 2군 배터리코치로 고정식 코치를 영입하기도 했다. SK의 경우엔 미국 연수 및 자녀교육 문제로 사임을 표명한 김경기 코치가 팀을 나갔고, 권두조 2군 감독과 가토 하지메 2군 투수코치, 박계원 코치, 서효인 코치 등이 계약 해지됐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3위로 추락한 뒤 종합순위 4위에 그친 SK로선 꽤 큰 폭으로 메스를 댄 셈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