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VS KCC] ‘대들보’ 허재 뽑아가 복수혈전
어느 종목, 어느 리그건 눈만 마주쳐도 불꽃이 튀는 라이벌이 있기 마련.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지난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던 동부(전 TG삼보)와 KCC가 그런 형상이다.
두 팀의 갈등 관계는 지난 2003∼2004시즌 챔프전을 앞두고 시작됐다. 당시 김주성-자밀 왓킨스 ‘트윈타워’를 앞세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챔피언전만을 기다리고 있던 TG삼보(현 동부)는 정규리그-챔피언시리즈 통합 우승의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KCC가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울산 모비스에 용병 무스타파 호프를 내주고 레지 바셋을 데려와 골밑을 강화하는 트레이드를 전격 단행했다. TG삼보는 모비스와 KCC 간의 ‘편법 트레이드’였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KCC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결국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컵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TG삼보의 차례. 2004∼2005시즌에서 정규리그 3연패를 이루며 다시 한번 챔피언전 우승의 기회를 잡은 TG삼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상대는 또 다시 KCC. TG삼보는 접전 끝에 4승2패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고 멋진 복수극을 펼쳤다.
시즌 초반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2005∼2006시즌. KCC의 벤치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TG삼보를 대표했던 허재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자리를 잡고 있다. KCC가 일부러 복수를 위해 허 감독을 영입한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동부 입장에서는 왠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KCC VS LG] ‘신선우 유도훈’ 함께 LG행
올시즌 개막 전 한국 프로농구계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코 ‘신산’ 신선우 전 KCC 감독의 창원 LG 이적. 지난 시즌 최악의 한시즌을 보낸 LG는 프로농구 최고의 전략가인 신 감독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반격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신 감독이 KCC를 떠나면서 KCC 고위층과 마찰이 있었다는 소문이 한동안 파다했다. 더구나 신 감독과 함께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유도훈 코치까지 LG로 떠나갔다. 개막 전 시범경기에서 전주체육관을 원정팀 감독 자격으로 방문한 신 감독의 표정이 어색했던 이유일 수도 있다. 아무튼 KCC는 올시즌 LG와의 경기에서 사활을 내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모비스 VS 전자랜드] 유재학 감독 ‘줄다리기’ 앙금
감독의 이동으로 인해 한때 사이가 서먹서먹해졌던 팀들은 또 있다. 울산 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다. 한마디로 ‘이놈의 인기는 어쩔 수가 없는’ 유재학 감독을 향한 두 구단의 깊은 애정이 문제였다. 대우 제우스 시절부터 팀을 이끌던 유 감독에 대한 전자랜드의 신뢰는 대단했다. 계약기간을 연장하려고 하는 순간, 유 감독이 모비스로 옮겨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결국 유 감독은 모비스의 사령탑을 맡게 됐고 두 구단의 단장들은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 KCC에서 LG로 자리를 옮긴 신선우 감독의 작전지시 모습. | ||
[전자랜드 VS 모비스] 감독 모셔가자 선수 데려오기
유재학 감독을 모비스에 뺏긴 전자랜드는 모비스에서 FA로 풀린 선수 2명을 거액에 데려옴으로써 복수극을 펼친다. 지난해 FA 자격을 획득한 박규현이 모비스의 제시액 2억4천만원을 단호히 거절한 후 전자랜드와 2억4천1백만원에 전격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모비스는 전년도 연봉 1억2천만원을 받은 식스맨급 선수를 2억4천1백만원에 영입한 전자랜드에 대해 ‘명확한 사전접촉’이라며 분개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박규현이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고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었다’며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표정. 전자랜드는 김태진 역시 1억1천5백만원이라는 ‘후한’ 연봉을 주고 모비스에서 데려왔다.
이후 양팀은 묘한 신경전을 주고받으며 프로농구계의 색다른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이후 두 팀 모두 단장이 바뀌면서 예전의 나쁜 기억들은 모두 잊었다며 손을 맞잡고 있다.
[KT&G VS 오리온스] 특정팀 최다연패 악몽 끊는다
2001년 11월11일부터 2004년 3월7일까지. 2년 하고도 4개월이 더 흐르는 동안 SBS(현 KT&G)는 오리온스만 만나면 고개를 숙였다. 무려 17번의 패배. 특정팀 최다연패기록이다. 두 팀의 신경전이 극도에 달해 폭력사태가 일어난 적도 있다. 그러나 SBS는 지난 시즌 오리온스를 만나 3승3패로 균형을 이뤘고,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한 오리온스를 6강 플레이오프에서 완파하며 그동안 당했던 설움을 통쾌하게 되갚았다.
하지만 KT&G로 새 옷을 갈아입고 새 출발을 하는 그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오리온스에 대한 원한이 남아있다. 할 수만 있다면 특정팀 최다연패 기록을 그대로 되갚아주고 싶을 것이다.
허재원 스포츠투데이 체육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