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광 감독 | ||
매년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가장 뜨거운 나날을 보내야 하는 프로농구 10개 팀 감독들. 불리한 심판 판정이 내려졌다 싶으면 불같이 달려드는 감독도 있고, 웬만한 상황에서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감독도 있다. 이런 상반된 모습 역시 혈액형의 차이인 듯. 10개팀 감독들의 혈액형에 따른 천태만상 항의 스타일을 살펴봤다.
[화통 직설 O형]
허재 김태환 제이 험프리스
평소엔 화통하고 적극적이지만 화가 나면 의외로 침착해진다. 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격하고 떨리고 있다. 화가 나면 냉정하게 무서워지는 편이다. 뒤끝은 없지만 화를 실컷 내고 난 다음부터는 화해할 때까지 사과할 엄두도 못낼 정도로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올 시즌 ‘전통의 농구명문’ 전주 KCC의 사령탑을 맡아 화려하게 지도자로 데뷔한 허재 감독. 그와 얘기해본 사람들은 5분도 안돼 ‘저 사람 O형이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화통하고 직설적인 허 감독의 외향적 성격은 O형의 특성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허 감독은 1라운드를 마친 현재 단 한 번도 제대로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낸 적이 없다.
허 감독 본인이 “생초보가 무슨 불만이 있어”라며 심판 판정을 따르겠다는 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선수 시절 ‘악동’ 이미지의 꼬리를 달고 다닐 정도로 심판 및 상대 선수들과 마찰이 잦았던 허 감독. 이제는 ‘이보다 더 침착할 수는 없는’ 성숙한 이미지로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허 감독 못지않게 O형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가 바로 김태환 감독. 농구계의 대표적인 ‘쾌남’으로 통하는 김 감독은 애매한 심판 판정이 나올라치면 삿대질을 해가며 심판에게 정면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일단 그 상황이 지나고 나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날린다. 가장 심하게 항의하는 감독이지만, 가장 깊은 신망을 얻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태환 감독이다.
한국 농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취임한 제이 험프리스 감독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원주 TG삼보(현 동부) 코치 시절에는 주로 뒤에서 묵묵히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감독을 맡은 올 시즌에는 조심스레 흥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흑인 특유의 솔직한 감정 표현이 점점 나오고 있다.
▲ (위부터) 허재 감독, 신선우 감독, 유재학 감독, 전창진 감독 | ||
신선우 추일승 안준호 김동광
평소 사소한 일에도 속을 태우며 잔걱정이 많지만 동요의 한계를 넘으면 오히려 대담·침착해진다. 그러나 A형이 한번 화나면 몇 달 동안 지속된다. 영원히 안 보거나, 예전과 다름없이 지내거나 양자택일한다고 한다.
‘신산’(神算). 신선우 감독의 별명이다. 신의 경지에 오를 정도의 치밀한 계산력을 바탕으로 프로농구 최고 감독의 경지에 오른 그는 ‘세심하기 그지없는’ A형의 전형이다.
지난 시즌 KTF의 돌풍을 이끌었던 추일승 감독.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정보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연구하는 지도자’가 바로 그다.
신 감독과 추 감독 여기에 안준호 감독까지, 이들의 항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기품 있는 항의’다. 사소한 심판 판정에도 속을 태우지만 사사건건 티를 내지는 않는다. 섣불리 항의를 했다 이후에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미리 걱정한다.
그런 면에서 김동광 감독이 A형이라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김 감독은 농구판에서 알아주는 다혈질 중의 다혈질.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심판에게 한바탕 욕을 퍼부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김 감독이다. 경기 중에 재킷을 벗어던지는 것은 기본인 김 감독이 A형이라니. 가끔은 예외가 있나보다.
[순간 폭발 B형]
유재학 김진
정서의 파장이 크다고 한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안정돼 있지만 순간적으로 끓어올라 폭발해버린다. 흥분된 상태에서는 아무도 못 말리지만 진정을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여름에 눈 녹듯 풀어진다. 그러나 상처받은 후에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스타일.
B형이야말로 특징을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내는 혈액형. 10명의 프로농구 감독 중 가장 비슷한 스타일로 구분되는 유재학 감독과 김진 감독이 아니나 다를까 B형이다. 두 감독은 농구 감독 중 가장 치밀한 지도자 스타일. 유 감독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패턴 플레이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감독은 색깔별로 카드에 따라 다른 작전을 지시하는 ‘색깔카드 작전’을 펼칠 정도로 다양하고 치밀한 전술을 구사하는 지장(知將).
이들은 항의를 할 때에도 웬만해서는 흥분하지 않는다. 심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요목조목 따진다. 그러나 지난 2003∼2004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심판의 명백한 오심으로 오리온스가 탈락했을 때 김진 감독은 광고판을 발로 차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B형, 화나면 무섭다.
[예측 불허 AB형]
전창진
외면에는 냉정을 가장하고 있지만 내면은 불안과 동요로 가득한 이면성을 갖고 있다는 혈액형. AB형이 화내는 모습은 웬만해선 보기 힘들지만 한번 화가 나면 타협이고 대화고 필요없다. 한마디로 끝장을 본다. 그러나 뒤끝은 없다.
전창진 감독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나올 때 미소를 짓는 경우가 많다. ‘정말 어이없다’는 허탈한 웃음이다. 마냥 ‘허허실실’로 보이고 사람 좋아 보인다. 그렇지만 웃옷을 가장 많이 벗어던지는 사람도, 광고판을 가장 많이 차는 사람도, 테크니컬 파울로 인한 벌금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도 바로 전 감독이다.
전 감독의 한마디가 걸작이다. “광고판이 금속 재료로 바뀌면서 맘놓고 찰 수가 없어”란다. ‘테크니컬 파울 주려면 줘라’, ‘벌금 물리려면 물려라’, ‘난 벌금 낼 때 내더라도 화가 나면 (화)내야겠다’라는 것이 전 감독의 성격이다.
허재원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