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임윤빈씨의 눈길이 애처롭다. 서울신문 | ||
지난 2000년부터 롯데 선수들은 11월이면 자발적으로 ‘임수혁 돕기 일일호프’ 행사를 가져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1월23일 부산 농심호텔 지하 호프집에서 롯데 선수단 상조회는 일일호프 행사를 진행했고 지난 12월10일에는 '일일고깃집' 행사도 성황리에 끝마쳤다.
하지만 임수혁은 지난 2000년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LG의 경기에서 부정맥(심장마비)으로 쓰러진 이후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오고 있다.
최근 부인 김영주씨는 모 스포츠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으로 도피했다는 왜곡보도로 상처가 컸다”며 그동안 불편했던 심경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 기사를 썼던 기자가 며칠 전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왜곡보도’ 부분에 대해 확인해본 결과 김씨는 “당시 <일요신문> 기사를 보지는 못했고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기사 내용이 잘못 나간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취재 당시인 지난 5월 무렵, 시아버지 임윤빈씨와 김영주씨의 주장은 너무나도 상반되는 내용들이라 두 사람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있어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 중국 청도에 자녀들과 머무르고 있는 김씨에 대해서 시아버지 임씨는 “남편을 버리고 자녀들과 중국으로 도피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 있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자녀 교육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7월에는 한국으로 돌아가 남편을 직접 돌볼 것”이라는 말로 일각에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임씨는 지난 7월26일 1년 동안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9월 말에는 시댁에서 간병하고 있던 임수혁을 경기도 수지 아파트로 옮겨와 현재 김씨가 직접 돌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아버지 임씨는 여전히 며느리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 약속대로 한국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중국생활이 쉽지 않고 주변 시선을 의식해 자의 반 타의 반에 못 이겨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김씨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씨는 “아이들을 위해서 잠시 중국으로 들어갔다 온 것이며 7억원의 보상금은 여전히 간병비를 비롯해 생활비와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시댁의 차가운 시선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 지난 2000년 경기장에서 부정맥으로 쓰러졌던 임수혁 선수. | ||
김씨는 “시아버지께서 돈이랑 아이들을 데리고 중국으로 도망갔다는 소문을 내는 바람에 다시 한국으로 왔을 때 이웃들의 달라진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사간 게 아니었느냐’고 둘러서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 답답함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직까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임씨와 김씨 사이에는 너무나 큰 벽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임씨 내외가 손주들을 보기 위해 수지 아파트를 찾는 등 왕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동안의 갈등이 큰 탓인지 웃음이 오가는 정도는 아니다.
시아버지 임씨는 “며느리가 갖고 있는 돈에 욕심이 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손주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만족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부인 김씨 역시 “인터뷰 내용이 임수혁 선수와 관련된 거라면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정에 얽힌 내용으로 갈등이 비춰지는 건 원치 않는다”며 남편의 간병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변의 지인들은 “임수혁 선수가 저렇게 누워있다 보니 부모로서 보는 시각과 아내로서 감당해야 하는 부분에서 서로 시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 “혹시 갈등이 있다면 임수혁 선수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그런 것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결코 아닐 것”이라고 섣부른 추측을 걱정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