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위성미. 로이터/뉴시스 | ||
대부분 이 광고를 의약품 선전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골프에서 시력의 중요성을 이만큼 함축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나타낸 사례도 드물다.
시력은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중요하다. 펜싱의 경우 안경 낀 선수가 거의 없다.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능력이 워낙 중요한 까닭에 좋은 시력은 필수다. 경기 자세 탓에 왼손잡이는 왼쪽, 오른손잡이는 오른쪽 눈의 시력이 월등히 좋다는 특징이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영호(대표팀 코치)는 왼손잡이로 오른쪽 시력이 1.2인 반면 왼쪽은 2.0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톱골퍼들이 시력교정을 단행했다. 안경(선글라스 제외)을 착용한 채 경기하는 선수가 별로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눈이 나쁠 경우에 대부분 콘택트렌즈를 사용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대표적인 시력교정 성공사례다. 렌즈를 착용하던 우즈는 1999년 10월 눈수술을 받았다. 렌즈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에 고생했기 때문이다. 수술 후 나안으로 1.2의 시력을 갖게 된 우즈는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0년 1승도 올리지 못하며 슬럼프를 겪은 박세리(29)는 우즈의 시력교정에 영향을 받아 우즈와 같은 병원에서 시력을 교정했다. 박세리는 2001년 5승을 거두며 부활했다.
우즈, 박세리 외에도 비제이 싱(피지), 줄리 잉스터(미국),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등 수많은 남녀 프로골퍼가 ‘광명찾기’를 단행했다. 2005년 USA투데이 조사 결과 미PGA와 미LPGA의 현역 프로골퍼 80여 명이 눈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KPGA에서 통산 3승을 기록 중인 박도규(36)를 만났다. 국내에서는 안경을 끼고 플레이하는 대표적인 선수였다. 안경이 없어졌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 12월 라식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새 스폰서와 함께 의욕적인 출발을 위해 시력부터 뜯어고친 것이었다.
지난 주 자신의 7번째 성대결인 소니오픈에서 또 한 번 좌절을 맛본 천재소녀 위성미(17)도 시력이 좋지 않다. 대회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렌즈를 낀다. 지난해 10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오소플레이로 실격을 당한 후 눈물을 펑펑 쏟을 때 렌즈가 불편하자 안경 낀 모습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장타가 일품인 위성미는 어프로치, 퍼팅 등 쇼트게임이 약하다. 혹시 시력 때문은 아닐까. 조만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우즈와 띠동갑 박세리 선배가 다녀간 병원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도규를 만난 다음 날 위성미의 부진과 임진한 프로의 광고를 TV에서 보게 됐다. 눈이 나빠 20년째 안경을 쓰고 있는 필자는 마치 임 프로가 위성미에게 ‘눈이에요. 눈’이라고 말하는 듯 느껴졌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