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국 선수(왼쪽), 조원희 선수 | ||
이원재 축구협회 홍보부장은 대표팀 전지훈련 명단이 발표되기 며칠 전 FC서울의 정조국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평소 깍듯한 정조국은 조심스런 목소리로 “명단이 확정되면 먼저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부장은 대표팀 명단이 나오자마자 정조국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팀 합류를 알려줬다고 한다. 이 부장은 “너무 기뻐하는 정조국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조국은 ‘비운의 스트라이커’로 불린다. 2002월드컵 때에는 히딩크 감독을 따라 훈련 멤버로 월드컵 4강을 지켜봤다. 4년 뒤 독일월드컵에서 정조국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그리 틀리지 않을 전망이었지만 상황은 나빠졌다.
정조국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팀 후배인 박주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마다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었을 정조국은 지난해 말 군입대를 결심했다가 입대를 미루고 태극마크를 다시 노리고 있다.
정조국은 주위에 “정말 마지막 기회다. 대표팀에 공격수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꼭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에 들겠다”며 비장한 각오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뒤 첫 황태자로 불리는 조원희의 예의바름은 팀내에서도 유명하다. 성실함, 기술, 투쟁력을 고루 갖춘 조원희는 오른쪽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송종국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밝은 얼굴의 조원희는 대인관계도 원만해 대표팀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지난 1월1일 새해 첫날 이 부장은 조원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조원희의 안부전화였다. 평소 조원희는 이 부장에게 인생 상담을 자주 한다. 대학도 가고 싶고 나중에 축구기자로 글도 쓰고픈 조원희는 전지훈련을 발전을 위한 과정으로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심 긴장하는 표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부장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선수는 마지막에 전지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송종국. 송종국은 지난해 12월 독일에 날아가 수술까지 받았던 오른쪽 발목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결국 국내에 남았다. 전지훈련을 가서도 폐만 끼칠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일단 대표팀을 따라가는 게 송종국 자신을 위해 더 나았을 것이라는 게 이 부장의 생각이다. 연습경기를 뛰지는 못하겠지만 아드보카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고 전지훈련 막바지에라도 부상이 회복되면 훈련을 함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모든 선수들이 생존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나 국내에 남은 선수, 그리고 해외파들은 아무래도 피가 마르는 심정일 것”이라며 대표선수들이 전지훈련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