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영 관동대 코치 | ||
최진철 김영철 유경렬 김진규 등 4명의 수비 전문 선수가 대표팀의 전지훈련에 참가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상식과 미드필드의 좌측을 담당하는 김동진이 수비수로 보직 변경돼 아드보카트 감독의 실험 대상에 올랐다. 아시안컵 예선까지 합쳐 2월 말까지 진행될 전지훈련기간 중 수비라인의 정비가 어느 정도 이뤄지겠지만 2002월드컵 당시의 홍명보 최진철 김태영으로 이어진 수비라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김 코치’보다 ‘국가대표’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하다는 김태영 관동대 코치(36)가 말하는 대표팀 수비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FIFA랭킹 85위인 UAE전을 산뜻하게 이기길 바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경기를 지켜보다 시계바늘을 4년 전으로 돌려 2002년 1월 골드컵을 떠올리게 했다. “어쩜 저렇게 똑같은 과정을 겪는 걸까”라고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K-리그가 끝나고 12월부터 한 달여간 휴식을 가지면 훈련량이 떨어지고 컨디션도 바닥까지 내려간다.
히딩크 감독이 골드컵에서 졸전을 펼치자 당시 감독 사퇴 여론이 심했다. 그러나 보란 듯이 3월부터 치고 올라가 그후로부턴 거침없이 내달리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두둔만 할 생각은 없다. UAE전에서의 실점 상황을 리플레이 해보면 문제점이 보인다.
김두현의 프리킥이 짧게 올라간 뒤 바로 역습을 당해 실점을 허용했다. 수비수뿐만 아니라 공격수들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수비에 들어가야 했지만 실점 당시 한국 문전에는 이천수와 이호만이 보였을 뿐이다. 미드필드에서는 반칙으로 패스를 끊었어야 했다. 역습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가 아직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개인적으로 독일월드컵을 뛰고 싶었다. 체력적으로 젊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무릎부상과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차원에서 은퇴를 결심했다. 체력은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히딩크 감독이 했던 파워프로그램을 아드보카트 감독도 실시한다니 다행이다.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까지 이끈 힘은 바로 강인한 체력에서 나왔다.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압박이 이뤄지기 힘들다. 훈련량을 상승시키면서 조직력을 키운다면 2002월드컵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2002년 1월 전지훈련이 끝나자마자 3월에 스페인 라망가에서 본격적인 전지훈련이 이어졌다. 그러나 아드보카트호는 이번 전지훈련이 마지막 훈련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조건에서 수비 조직력을 키우려면 반복된 훈련만이 정답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K리그가 시작되면 경기장을 돌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만약 아드보카트 감독이 원하는 수준까지 수비수들의 상태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또 한 차례의 소집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구단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아보카트 감독과 구단 감독들의 사전 만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은 전력으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한다는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포백이든 스리백이든 서로가 발을 많이 맞춰봐야 물 흐르듯 움직여진다.
UAE에 패하고 난 뒤 사우디로 이동한 선수들의 얼굴이 많이 어두워 걱정했다. 경기에서 진다는 건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사기가 떨어지고 기운이 빠진다. 이때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수들은 신문과 방송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다. 2002년 골드컵 때 히딩크 감독의 사임을 촉구하는 기사를 보면서 힘이 많이 빠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질책보다는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최고참으로 참가한 최진철은 많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래가 없으니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없을 것인데 잘 참고 인내하며 팀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 막내인 김진규는 한 번 더 뛴다는 각오로 플레이 해야 한다. 단 부상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정리=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