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철 | ||
선수들이 팬들과 언론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4년 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대표팀은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뭇매를 맞기가 일쑤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거스 히딩크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 “실력이 안 되는 누구 누구는 당장 대표팀에서 빼라” 등등 매질의 종류도 다양했다.
당시 태극전사들은 온갖 매질을 묵묵히 참아 냈다. 그리고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위업을 이룬 뒤 당당하게 팬들과 언론 앞에 섰다. 팬들과 언론은 백팔십도 달라진 대표팀의 모습에 역시 백팔십도 바뀐 태도로 온갖 찬사를 쏟아냈다.
그로부터 꼭 4년이 흘러 다시 월드컵의 해를 맞았다. 이기면 한없이 띄워주고 지면 때리는 팬들과 언론의 속성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4년 전에 저지른 ‘원죄’ 때문에 눈치도 좀 보고 수위도 조절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태도는 분명히 4년 전과는 다르다. 이젠 당당히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
대표팀 주장 이운재(수원)는 지난 7일 인터뷰에서 팬들과 언론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우리가 경기에 졌다고 해서 죄인은 아니다. 물론 졌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고개까지 숙여야 하는 죄인은 아니다. 누구나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때론 질책도 필요하지만 선수들의 좋은 모습을 봐주기 바란다. 한 선수를 집중적으로 비난하면 그 영향은 팀 전체에 미칠 수밖에 없다. 한 개인을 깊게 안 팠으면 한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수비라인의 선수들 역시 당당히 할 말을 하고 있다.
조원희(수원)는 14일 인터뷰에서 “내 플레이에 대해 지적한 기사를 잘 읽고 있다”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다음 경기부터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진철(전북)은 15일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포백라인이 뒷공간을 내준다는 지적을 너무 많이 해 경기중에도 온통 그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며 “위험하다. 한 번에 무너진다는 말로 수비라인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달리 생각하면 독일월드컵이라는 결전을 앞둔 대표팀에 팬들과 언론이 비판보다는 힘과 격려를 보내달라는 당부다.
언론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비판 기능까지 포기할 순 없지만 2002년에 저질렀던 ‘그 일’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LA=조상운 국민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