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대만전에서 역투하는 박찬호.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성기를 놓고 비교하면 선동열(작은 사진)이 박찬호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뉴시스 | ||
역대 최고의 드림팀이라 평가받는 한국대표팀의 특성은 최고의 지도자와 최상의 선수들이 한데 뭉쳤다는 점이다. 특히 선동열 투수코치(삼성)와 박찬호(샌디에이고), 김재박 타격코치(현대)와 박진만 (삼성), 조범현 배터리코치(SK)와 진갑용(삼성), 홍성흔(두산) 등 투수-유격수-포수 등 야구의 중요 포지션에서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짝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팬들은 야구기자들에게 숱한 질문을 던진다. “선동열과 박찬호가 같은 시점에서 맞붙는다면 누가 더 셀까요?” 등등. 직접 비교는 쉽지 않지만 주변 인물들의 평가와 기록을 토대로 간접비교를 해봤다.
[선동열-박찬호] 박찬호가 전성기 시절 공인 최고 시속 158㎞짜리 라이징패스트볼을 뿌리며 타자를 압도했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신은 박찬호에게 제구력이라는 선물까지 함께 주진 않았다.
현재 삼성 감독을 맡고 있는 선동열 투수코치의 현역 시절 최대 장점은 제구력이었다. 한국프로야구 11시즌 합산 방어율이 1.20이었다. 한국 야구사에서 쉽게 깨질 수 없는 기록이다. 96년 주니치로 이적한 뒤 1년 간의 부진을 딛고 결국 ‘나고야 수호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이 같은 제구력에서 비롯됐다.
선 코치가 고려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면 박찬호 이상의 성적을 남겼을 것이라는 게 야구인들의 주된 평가다. LG 이순철 감독의 경우 절친한 동기생인 선 코치에 대해 “박찬호의 전성기에 비해 선동열의 전성기때 공이 조금 더 낫다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선 코치 자신은 어떻게 평가할까. 다른 선수에 대해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그도 그 박찬호와 관련해선 유독 입을 다문다. “걔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나는 못 뛰어봤잖아. 그런데 어떻게 평가를 하겠어.” 비슷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슬며시 웃는 선 코치는 실은 ‘박찬호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야구인들은 해석한다.
[김재박-박진만] 박진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역 최고 유격수다. 고졸 출신으로 지난 96년 현대에 입단해 10시즌 동안 통산 타율 2할5푼8리, 107홈런, 481타점을 기록중이다. 박진만의 장점은 물 흐르는 듯한 유연한 수비 동작에 있다. 타격에서도 타율은 낮지만 클러치 능력이 있어 찬스에선 반드시 제몫을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김재박 코치는 77년 실업야구 7관왕, 85년 프로야구 도루왕, 골든글러브 5회 수상에 빛나는 ‘올타임-유격수’의 전형이다. 수비 못지않게 방망이와 도루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김 코치는 현대가 창단한 96년부터 꼬박 9년 동안 박진만을 데리고 있으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했다. 2004 시즌이 끝난 뒤 박진만이 FA 신분으로 삼성에 입단하자 누구보다 아쉬워했던 인물이 바로 김 코치다. 야구인들은 전성기 때의 김 코치와 박진만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수비 능력은 비슷하다. 전반적인 타격 수치에서 김 코치가 앞섰지만 박진만의 클러치 능력이 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조범현-진갑용] 현재 SK 사령탑을 맡고 있는 조범현 코치는 정작 현역 시절 이렇다 할 만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85년 한 시즌 최고 도루 저지율(0.514)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역시 포수인 두산 김경문 감독에 가려 백업요원으로 활약하는데 그쳤다. 현역 시절을 돌이킬 때마다 조 코치는 “이름도 없는 선수였는데”라며 웃곤 한다.
조 코치는 삼성 소속이던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드림팀 안방살림을 맡고 있는 진갑용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전까지 투수 리드에서 다소 엉성했던 진갑용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공격력까지 포함하면 현재 국내 최고 포수는 진갑용이다. 조 코치와의 시공을 초월한 가상 대결에선 진갑용의 승리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