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720호의 ‘벙커샷’은 ‘오직 미셸을 위한 “너무하네∼”’ 제하의 글을 내보냈습니다. 미LPGA 필즈오픈이 위성미(17·미셸 위)를 위한 맞춤형 대회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위성미의 부친 위병욱 씨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위 씨는 벙커샷의 기사가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위 씨는 먼저 ‘미LPGA 대회에서 특정 선수를 위한 코스 세팅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미LPGA 대회는 개별 대회 주최측이 코스 세팅을 하지 않고, 미LPGA 경기위원회가 합니다. 설령 필즈오픈 대회 주최측이 위성미 측과 친분이 있고 위성미를 위한 코스 조성을 하려고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네 차례나 CJ나인브릿지클래식 보도위원(주최 미디어 취재기자)을 경험한 필자가 어떻게 그것도 모르느냐는 질타도 있었습니다.
둘째, 위 씨는 ‘대회 장소인 코올리나GC가 전혀 위성미에게 유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벙커샷’은 여자 선수 중 세계 최고의 장타자인 위성미가 홀을 공략하기 쉽도록 페어웨이의 볼 낙하지점이 넓고, 그린은 작게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8개홀 중 실제 위성미가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홀은 7개에 불과하다고 위 씨는 반박했습니다.
셋째, 위 씨가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낸 부분으로 위 씨는 ‘벙커샷’이 자신을 ‘친일파로 매도했다’며 분개했습니다. 자신의 하와이 친구들은 대부분 일본계가 아닌 중국계라고 했습니다. 필즈오픈의 스폰서가 일본 회사지만 자신과 직접적인 친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벙커샷’이 지난해 11월 일본 카시오오픈 출전까지 거론하며 ‘위성미가 일본과 가깝다’고 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기업이 스폰서를 맡은 SBS오픈 대신 필즈오픈 대회에 출전한 것도 일본 사람들과 친해서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하와이에서 열리는 2개의 미LPGA 대회(SBS오픈 필즈오픈)에 모두 불참하려고 했으나 고향땅에서 열리는 대회에 하나는 뛰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비등했고 먼저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해온 필즈오픈을 택한 것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세 가지 모두 맞습니다. 위병욱 씨의 진솔한 심정도 담겨있었습니다. 물론 ①세팅은 미LPGA가 하지만 코스 자체가 원래 위성미에게 유리한 곳을 골랐다 ②골프 기술적으로 장타자가 드라이버 대신 3번우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점이다 ③그래도 한국 기업이 스폰서를 맡고 위성미가 지난해에 준우승한 SBS오픈 대신 일본판인 필즈오픈을 택한 데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등의 재반박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벙커샷’은 위 씨의 반론을 듣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오류를 범했습니다. 위 씨의 주장을 함께 곁들이며 최종 판단을 독자에게 맡겼어야 했는데 섣부른 기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반성을 하는 마당에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 기회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벙커샷’ 기사는 대회 개막을 며칠 앞두고 하와이 현지에 있는 몇몇 국내 선수와 그 가족 등 관계자들과의 국제 전화를 통해 취재한 내용을 기초로 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예쁘고 잘치고 인기가 높은 위성미에 대한 한국 선수들의 질시가 상당합니다. 그런 확인 안된 비난을 ‘벙커샷’이 흥미 위주로 여과 없이 그리고 위성미 측과의 직접취재 없이 기사화한 데서 뼈아픈 실수가 발생한 것입니다.
위성미는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고 그런 까닭에 미국 국적임에도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과의 접촉은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점은 위병욱 씨도 잘 아실 겁니다. 물론 한국 언론 특유의 막무가내식 취재 요청이 고달플 수 있겠지만 이제 프로가 됐으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한국에 공식적인 취재 루트 하나 만드는 게 어떨까요. 워낙 위성미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탓에 위성미나 위병욱 씨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자진해서 홍보 대행을 맡아줄 곳은 많습니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