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숙명의 한일전이 이번 대회에 세 번이나 이뤄졌는데.
▲처음부터 비정상적인 일정이었다. 준결승을 2라운드 같은 조의 1, 2위 팀끼리 맞붙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미국은 쉽사리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중남미 국가를 한 조에 몰아넣었다. 결승 진출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식 밖의 대진표를 낳은 것이다. 이것이 결국 한일전을 세 번이나 치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2. 이번 대회는 특이하게도 시상식이 없다. 드러난 문제점과 향후 과제는.
▲너무 미국이 자의적으로 움직인 면이 있어 안타깝다. 이제 우리 선수들도 국제적인 선수들이기 때문에 시상식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또 이번이 첫 대회라는 것도 염두에 둘 것이다. 태극기를 들고 뛰는 것, 그것만으로도 선수들은 만족해하고 있다. 앞으로 다음 대회까지 시간을 두고 고쳐나가야 한다.
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라는 대회명에도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대회명 역시 미국 중심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올스타전을 미드 서머 클래식(Mid Summer Classic), 월드시리즈를 폴 클래식(Fall Classic)이라 부른다. 그런 이유로 아주 미국적인 이름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된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월드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려 했으나 국제야구연맹(IBAF)이 먼저 사용해 쓸 수 없었다.
4. 그동안 우리나라 야구는 미국에서 ‘더블A’ 수준이라는 평을 들었다. 냉정하게 우리의 실력을 평가한다면.
▲선수층을 볼 땐 아직 미흡한 면이 많지만 개개인의 실력은 이미 트리플A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블A 수준은 뛰어 넘은 것 같다. 오히려 메이저리그보다 뛰어난 부분도 많이 보이지 않은가.
5. 우리나라가 6연승하게 된 원동력을 풀이한다면?
▲모든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표팀의 전력은 단연 코칭스태프다. 이들은 치밀한 전략과 적절한 용병술을 준비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든든한 선배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6. WBC가 앞으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 이러한 큰 의미를 지닌 대회가 꾸준히 치러진다면 분명 프로야구 발전에 많은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관중들도 야구장을 찾아줄 거라 생각한다.
7. 처음에 우리나라와 일본은 대회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는데.
▲참가국마다 보상금이 달랐다. 한국은 5%인데, 일본은 7%라는 게 뭔가. 이러한 부분들도 앞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8. 투구수 제한과 볼이 다르다. 왜 이런 규정들이 생겼을까.
▲투구수 제한은 미국이 자국 메이저리거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고칠 게 많다. 공인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WBC가 수준 높은 세계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그 만큼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김관식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