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의 김정우. 대표팀의 듬직한 중원 살림꾼이다. | ||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김정우는 부평중-부평고를 거치면서 특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부평고 재학 시절에는 한 학년 선배인 이천수(울산), 최태욱(포항), 박용호(광주) 등 당대 최고의 고교 스타들과 전국대회 4관왕을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뒤로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 그리고 국가대표까지 줄곧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엘리트 코스만을 거쳤다.
이런 그도 한 차례 고비가 있었다. 고2 시절 느닷없이 임종헌 당시 부평고 감독(현 울산 코치)에게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한 것.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고된 축구부 합숙 생활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아예 축구를 포기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임 감독은 “너 축구 안하면 나도 보따리 싸겠다”며 김정우를 설득했고 3일 만에 김정우는 다시 축구화를 신었다.
‘김정우’하면 축구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일명 ‘김정우 모친 납치 사건’이다. 원래 김정우는 부평고 졸업 후 안양 LG(현 서울 FC)로 입단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2000년 5월 프로 신인 선수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김정우를 노리고 있던 고려대의 은밀한 공습 작전이 펼쳐진 것.
그해 부평고에서 고려대 코치로 부임한 임 감독이 조민국 고려대 감독 묵인(?) 하에 김정우 어머니를 부산으로 납치(?)하고 말았다. 김정우를 잘 아는 임 감독은 당시 실력과 체력으로는 프로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우선 대학에 입학해 적응기를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김정우가 프로를 가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자 이 같은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단다. 결국 납치 사건 덕분에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고 김정우는 고려대에 진학하면서 대학 최고의 미드필더로 거듭나게 됐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