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연봉은 세계 최고 연봉 기록이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아드보카트 감독이 약 12억 원의 연봉을 받는 점을 감안한다면 퍼거슨 감독의 연봉은 만만치 않다. 4년 전 히딩크 감독의 연봉은 10억 원이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4강에 진출하며 10억 원 이상의 성과를 거둬 고액 연봉이란 말이 쏙 들어가게 했다.
눈을 국내로 돌려 한국 프로 감독들의 연봉 수준을 알아보자.
프로 축구 감독들의 연봉은 2억∼3억 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장수 감독이 FC서울 감독으로 부임할 때 연봉은 3억 원, 계약 기간은 2년이었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었다. 스타 감독인 차범근 수원 감독과 허정무 전남 감독의 연봉도 3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지만 구단과 감독이 밝힌 금액은 아니다.
프로축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감독들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구단들은 감독 연봉 공개를 부담스러워하고 감독 개인들도 연봉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프로야구와 달리 프로축구 감독들은 계약금 없이 연봉만 지급받는다. 따라서 연봉으로는 프로감독들 중 최고 수준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계약금이 있는 프로야구 감독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전에는 계약금이 있었지만 구단들이 계약 초기에 계약금까지 주면 목돈이 들어가 부담이 된다며 계약금을 없앴다.
프로야구감독 중 최고 연봉은 김재박 현대 감독의 2억 5000만 원이다. 김 감독은 지난 1996년 현대 창단 감독으로 데뷔해 ‘우승 청부사’로 불리며 현대를 명문 클럽의 반열에 끌어올렸다. 최단 기간 700승 달성과 우승컵을 4번이나 차지하는 등 ‘현대=김재박’이란 등식을 성립시켰다.
현대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김 감독을 잡기 위해 연봉 4억 원도 아깝지 않다며 김 감독을 붙잡는 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감독은 2004년부터 3년 동안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5000만 원에 계약했다. 총액으로는 10억 5000만 원이다. 만약 현대가 4억 원의 연봉으로 김 감독을 잡는다면 한국 프로 스포츠 감독들 중 최고 대우가 될 것이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감독도 성적이 좋아야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김경문 두산 감독이 증명해 보였다. 김 감독은 올해부터 3년간 총 8억 원의 연봉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금 2억 원에 연봉 2억 원으로 두산 역대 감독 중 최고다. 두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약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 2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공로를 인정해 3년간 계약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04년 3위, 2005년에는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2004년 부임할 때 김 감독의 연봉은 1억 3000만 원, 계약금 1억 3000만 원이었다.
프로농구의 새내기 감독인 허재 KCC 감독은 2005년 감독직을 맡으면서 계약 기간 2년, 연봉 2억 3000만 원에 사인했다. 허재 감독의 명성에 비해서는 다소 박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았지만 구단은 허 감독의 능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고 밝혔다. 초보 감독치고는 적지 않은 연봉이라는 게 프로농구계의 평가다.
프로농구 감독 중 최고 연봉 기록은 3억 원을 받은 신선우 LG 감독이 차지했다. KCC 감독 시절 신 감독은 단장, 사장까지 맡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 연봉이 너무 낮았다. ‘신산’이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는 1억 9200만 원이었던 것. 결국 신 감독은 대우를 소홀히 한 KCC를 버리고 LG행을 결심했다.
프로농구 감독들의 연봉은 야구나 축구에 비해 저렴했다. 2억 원 이하 수준이었던 연봉이 갑자기 급등한 시기는 유재학 감독이 2004년 인천 전자랜드에서 울산 모비스로 옮겨가면서 2억 3000만 원의 연봉 계약에 성공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다른 감독들의 연봉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추일승 KTF 감독은 아직도 연봉 2억 원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프로배구 감독들의 연봉은 1억 원에서 2억 원 수준으로 축구 야구 농구에 비해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 정도로 박하다.
프로배구 감독들의 연봉은 축구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상무이사를 맡고 있어 연봉이 2억 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연봉도 2억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감독들의 연봉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배구 선수들의 연봉도 타 프로 종목에 비해서는 적다. 이경수(LG화재)와 김세진(삼성화재)이 1억 원으로 연봉킹에 오른 정도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