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송진우가 동국대 시절 대학무대를 주름잡던 강타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사실이다. 송진우는 4번 타자였음은 물론 대학 전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강타자였다. 고교시절 초특급 투수였는데도 불구하고 타자로 전향했던 것. 어깨가 아파서 그랬는지, 아니면 점쟁이가 타자하라고 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추측은 할 수 있다. 고교시절 너무 혹사당해서 투수 생활을 잠깐 동안 접은 걸 수도 있다. 그랬다면 송진우는 정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그 자체가 아닌가. 만약 대학에서도 무리해서 투수를 했다면 프로 와서 ‘아작’난 어깨로 어영부영하다 조기은퇴해서 지금쯤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해설위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싸움닭’’ 조계현. 그도 송진우와 같은 84학번 동기생이며 비슷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고교시절에는 송진우와 함께 청소년 대표에서 좌우 쌍두마차였다. 하지만 조계현이 송진우보다 투구수는 더 많을 것이다. 조계현은 1학년 때부터 에이스 노릇을 했다. 그래서 당연히 고교랭킹 1위로 연세대에 진학했다.
그렇지만 고교시절 학교에서나 대표팀에서 이 악물고 던진 결과는 최악의 경우 투수 생명 끝이라는 사형선고였다. 사실 그전부터 고교시절 이미 망가진 어깨로 대학에 진학해서 회복이 안돼 빌빌거리다 도중하차하는 좋은 재목이 많았었다. 그래서 조계현도 그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타자로서 극적으로 일어섰다. 그것도 평범한 타자가 아니라 국가대표급 타자로 말이다. 비록 마운드에는 서지 못하지만 타자로서 팀 기여도는 ‘아, 놀라워라!’였다. 그 당시 투수 생활을 접었던 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타자만 해왔던 선수들한테는 ‘열라’ 맥빠지는 경우다. 요즘 후배 선수들은 두 선배들한테 본받을 점이 있다. 만약 그때 두 선배가 맛이 간 자기 팔을 보면서 ‘나는 끝났다’하고 포기를 했다면 야구는 물론이고 인생도 맛이 갔을 것이다. 지금 당장 몸이 아프고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인생은 역전하며 사는 데 쾌감이 있는 것이니까.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