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은 부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는 지지와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왔다. 지난 5월21일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잉글랜드 솔 캠벨의 두터운 수비벽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공간을 만들어 나가며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모습은 히딩크 감독의 안목을 다시 한 번 감탄케 했다.
2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출장 15개월 만에 터뜨린 헤딩슛은 설기현 존재의 이유를 확인시켜준 결정타였다. 설기현의 플레이에 대해 경기 후 프랑스대표팀 선수들도 이구동성으로 설기현을 칭찬했을 정도다.
설기현을 얘기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아내이자 약혼녀(?)이면서 오는 8월에 태어날 ‘태랑이’의 엄마 윤미씨다. 윤미씨는 “굉장히 무뚝뚝해 보이지만 의외로 자상하고 애교도 많으며 귀여운 매력이 있는 남자”라고 그라운드 밖 설기현의 색다른 모습을 설명했다. 월드컵 직후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는데 임신이 먼저 되는 바람에 오는 8월 출산을 마치고 연말 즈음에나 뒤늦은 웨딩마치를 울릴 예정이라고.
강원도 태백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다가 그가 여덟 살 때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홀몸으로 4형제를 키운 모친은 설기현 축구의 중요한 ‘키워드’다. 벨기에에 진출해서 받은 계약금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이자 최초의 효도가 바로 어머니에게 집을 장만해 드린 일이었다.
히딩크호의 진정한 ‘킬러’로 자리매김하면서 월드컵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빛낼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 뒷바라지로 한평생을 보낸 어머니에게 진정한 ‘선물’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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