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대표팀 최고의 스트라이커 라울 곤잘레스. 그는 과연 불운의 팀 스페인에게 FIFA컵을 안겨 줄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 23일 울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현대미포조선팀과의 연습경기중인 모습. 특별취재단 | ||
1934년 이탈리아월드컵을 시작으로 9차례 월드컵에 출전했으나 52년 브라질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이 지금까지 올린 최고의 성과일 뿐이다. 지난 98프랑스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 파라과이 불가리아와 함께 D조에 속해 우승후보국으로 지목되었으나 나이지리아에 3-2로 패하는 등의 부진 끝에 16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유럽에서도 정상급인 실력에 비해 이처럼 형편없는 월드컵 전적은 무엇보다 팀워크의 부재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승을 위해 팀워크 다지기 특별훈련까지 갖고 있는 스페인은(만일 그 훈련의 성과가 있다면) 포르투갈과 더불어 우승 고지까지 넘볼 수 있는 최대의 복병으로 꼽히고 있다.
스페인리그인 ‘프리메라리가’가 출범한 것은 75년 전인 1928년. 당시 10개 클럽으로 창설된 이 전통적 리그에는 최근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20여 개 팀이 소속돼 숱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스페인 국내의 다른 마이너리그까지 합하면 전국에 등록팀만 4백~5백 개를 헤아릴 정도로 축구 열기도 높다.
이 때문에 월드컵 진출 때마다 스페인은 무시못할 우승 후보국으로 점쳐졌지만 50년 전 4강에 한 번 오른 것이 최상의 전적일 정도로 월드컵 성적은 형편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꿈을 실현할 때가 왔다고 스페인은 벼르고 있다.
스페인 축구는 유럽의 축구 강국 이탈리아나 잉글랜드와 다르게 수비보다는 공격형 축구를 구사하는 특징이 있다. 뜨거운 남미의 심장과 닮아 있다. 주로 남미 축구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개인기에다 유럽식 전술이 접목된 축구라 할까. 그래서 스페인 축구는 ‘퓨전 축구’라고도 불린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 퓨전 축구를 이끌어 갈 선수들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도 쉽게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보스니아 이스라엘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등 약체 팀들과 예선을 치른 덕이겠지만, 2무승부를 제외한 나머지 6경기 전부를 이겼다.
스페인은 라울 곤살레스를 중심으로 모리엔테스(이상 레알 마드리드) 트리스탄(데포르티보) 등 젊은 선수들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프랑스 월드컵 이후 새로 대표팀 감독을 맡은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47)은 혈기 넘치는 신인과 노장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스페인팀 득점의 중심은 라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카마초 감독은 베스트11을 뽑지 않고 라울을 중심으로 하는 신예들만 내보내 0-1로 패했다. 이것은 24세에 불과한 라울이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결과가 그리 나쁜 건 아니지만 스페인 축구만큼이나 성질 급한 스페인 언론들은 당장 라울이 미완의 팀을 이끌어 나가기는 부족하다고 카마초 감독을 비난했다. 그러나 한 달 뒤 북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스페인팀이 압승을 거뒀고 라울은 이 가운데 2골을 넣어 그에 대한 비난을 잠재웠다.
라울은 유로2000 때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해 맹비난을 받았지만 프리메라리가 2001시즌에서는 모두 25골이나 얻어 득점왕에 올랐다. 체구는 유럽선수 치고 다소 왜소한 편이지만 뛰어난 스피드와 동물적인 골 감각때문에 라울은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우승 문턱으로 이끌고 갈 견인차로 지목되고 있다.
스페인의 최대 강점을 꼽자면 무엇보다 개인기가 뛰어난 스타들이 많다는 점이다. 라울을 비롯한 호화 공격진 외에도 미드필드에는 5백40억원짜리 사나이 가이스카 맨디에타(라치오)가 경기 흐름을 조절하고 있다.
수비진에는 33세의 노장 페르난도 이에로(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나달, 푸욜 등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 떠오르는 신예 골키퍼 카시야스는 예선 8경기에서 4실점에 그친 철벽수비를 보여주었다. 베스트11은 물론 엔트리 23명 하나하나가 떠오르는 별 아니면 한창 절정기의 별들이다. 대진운도 좋아 남아공 슬로베니아 파라과이 등과 겨루는 B조 예선부터 순탄히 통과할 전망이다. 펠레 등 몇몇 전문가들은 스페인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로 스타가 가장 많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스페인의 약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카탈루냐, 안달루시아, 바스크 등의 지역으로 나뉘는 스페인은 지역갈등이 뿌리 깊고 남부와 북부의 사이도 전통적으로 좋지 않다. 팬들도 마찬가지로 편이 갈려 있다. 각기 다른 클럽 출신의 선수들간 과열 경쟁은 월드컵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또한 바르후안 세르히(바르셀로나)가 왼쪽 발목을 두 번이나 다쳐 팀 전력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주장이었으며 베테랑 과르디올라도 무릎부상 재발로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그는 최근 약물복용 혐의로 4개월 동안 출장금지됐다가 다시 자신의 소속팀인 브레시아경기에 나왔다.
김세진 기자 blues32@ilyo.co.kr
뭔가 빠진 스페인
피구 없는 라울? 글쎄…
스페인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4강에 들기 위해서는 이 24세의 스트라이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에는 지단, 피구 등 세계 정상급의 스타 플레이어가 있지만 스페인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라울 곤살레스. AS로마가 2백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제시했고 세계 유수의 구단들이 그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자국의 클럽을 떠나지 않는 모습이 그를 더욱 스페인의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로사나 트레이너와 라울의 불화는 스페인 대표팀의 고질병인 팀워크의 부재를 떠올리게 했다. 이유는 라울이 게으르다는 것. 한편에서는 로사나 트레이너의 ‘터프한’ 훈련방식이 민감한 라울의 심성을 먼저 건드렸다는 의견도 있다. 둘의 대립은 대표팀에서 어느 하나가 나가야 한다는 극한상황까지 갔지만 감독의 중재로 일단 진화되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와 호흡을 맞춰 득점왕에 오른 라울이지만, 대표팀에는 포르투갈인 피구만한 미드필더가 없다는 것도 문제. 큰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스페인팀의 보물 라울이 이번에는 정말 강한 모습을 보여줄까가 관심거리다.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