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골키퍼]
폴란드의 두데크가 가장 앞선다. 두데크는 잉글랜드 리버풀 소속으로 세계 최고 수준.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것이 약점이지만 좀처럼 골을 허용하지 않는 거미손으로 유명하다. 2002월드컵 유럽예선에서는 전 경기에 출장했다. 미국은 켈러와 프리델, 한국은 김병지 이운재, 포르투갈은 히카르두와 킴이 번갈아 골문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수비]
미국 폴란드 포르투갈은 포백라인을, 한국은 스리백과 포백을 병행한다.
일단 중앙수비수에서는 폴란드의 하이토와 한국의 홍명보가 발군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 하이토는 독일 분데스리가 샬케 04의 주전 수비수로, 공수를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상대가 거칠게 나와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신사다. 한국의 홍명보는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전하는 베테랑. 최후방에서 수비라인을 조율하다가 공세가 시작되면 공간패스와 중거리슛으로 축구팬들을 흥분시킨다. 이밖에 미국의 노장방패로 불리는 아구스-라모사 라인과, 포르투갈의 문전을 지킬 J코스타-쿠투의 수비벽도 수준급. 미국은 두 선수의 체력이 문제고, 포르투갈은 기복이 심하다는 게 단점. 측면 수비수로는 미국의 사네와 포르투갈의 루이 조르제가 돋보인다. 사네는 공격과 수비능력을 골고루 갖췄으며, 루이 조르제는 포르투갈의 장기인 속공과 궁합이 잘 맞는다. 이들에 도전할 만한 선수로는 한국의 송종국을 꼽을 수 있다. 폴란드는 상대적으로 측면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미드필더]
4개국 미드필더로 드림팀을 짜면 월드컵 우승도 넘볼 만하다. 중앙은 포르투갈의 루이 코스타와 미국의 클라우디오 레이나에게 맡기고, 오른쪽에 피구, 왼쪽에 안정환을 투입하면 세계 수준의 팀으로 손색이 없다.
루이 코스타의 컨디션은 포르투갈의 우승전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가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유로2000과 2002월드컵 유럽예선에서 포르투갈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가 빠진 핀란드와의 최근 평가전에서는 완패했다. 루이 코스타는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부터 플레이메이커를 맡아왔기 때문에 포르투갈 축구의 맥을 가장 잘 짚는 선수다. 클라우디오 레이나는 고등학교 때 미국 올림픽팀에 선발된 축구신동.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총애를 받았고, 98프랑스월드컵에서 플레이메이커로 세 경기를 뛰었으며, 현재 미국축구의 정신적 지주로 불린다.
피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다. 빠른 스피드와 마술 같은 드리블에다 강력한 중거리슛까지 구사한다.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포르투갈은 당당하게 우승후보로 거론될 만하다.
한국의 안정환은 오랜 슬럼프를 벗고 최근 최상의 골감각을 되찾았다. 객관적 기량만 놓고 보면 안정환보다 포르투갈의 S. 콘세이상이나 미국의 어니 스튜어트, 폴란드의 칼루즈니를 꼽는 것이 정확한 평가다. 하지만 홈 어드밴티지와 안정환의 상승세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정환은 그동안 체력과 수비력에서 문제를 보여왔지만 최근 이같은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주고 있다.
[공격수]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 포르투갈의 파울레타와 폴란드의 올리사데베를 선두주자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매티스와 도노반, 포르투갈의 주앙 핀투와 누누 고메스, 한국의 황선홍, 포르투갈의 크리샤워비치 등이 호시탐탐 지존을 노린다. 포르투갈의 파울레타는 프랑스 보르도 소속으로 2002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경기에 출전해 8골을 성공시키며 주목받았다. 포르투갈의 공격라인은 중앙에 원톱을 세우고 양 사이드에 피구와 콘세이상을 투입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 경우 파울레타는 주앙 핀투, 누누 고메스 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칠 듯하다. 올리사데베는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폴란드에 귀화한 흑인 선수. ‘폴란드 공격의 90% 이상은 올리사데베의 발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유럽예선에서도 9경기에 나서 8골을 집중시키는 무서운 파괴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스로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압박수비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변수]
포지션별 분석으로 D그룹의 판세를 전망하면, 포르투갈과 폴란드가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바로 홈 어드밴티지와 감독의 능력. 한국은 홈 어드밴티지를 통해 1∼2개 포지션의 우세를 더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의 지략에서도 한국은 불리할 게 없다. 4개국 감독의 경륜에서 히딩크는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결국 한국은 적으면 4개, 많으면 6개 포지션에서 리드한 채 결전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라면 한국의 16강진출 가능성은 50% 이상을 넘어서게 된다. 실낱같던 희망이 뜨거운 불씨가 돼 국민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 띄울 것이다.
정순영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