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드보카트 감독 | ||
월드컵이 드디어 눈 앞에 다가왔다. 지역구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보다 파주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소식을 더 궁금해 하는 <일요신문> 독자들을 위해 기자도 매일 파주를 드나들고 있다.
먼저 기자들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아니 빼놓을 수가 없다. 훈련장에서 기자들과 선수들,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서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집 둘째 날인 지난 5월 15일.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필드가 아닌 바깥에서 재미난 일들이 속출했다. 압권은 YTN의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진행한 훈련 생중계. 훈련장 바로 바깥쪽에 테이블과 방송용 카메라가 들어오는 것이 심상치 않더니 이윽고 YTN 축구 담당 기자와 A 신문의 K 기자가 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생중계하는 게 아닌가.
▲ YTN의 태극전사 훈련 생중계. | ||
선수들이 부분 전술 강화 차원에서 4 대 2, 6 대 3으로 공 뺏기 훈련을 하자 몇몇 기자들은 YTN을 의식한 듯 “이천수, 설기현에게 공 빼앗겨 술래됐습니다~”라고 직접 해설을 하기도.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한 노련한 축구 담당 기자들의 재미난 말솜씨 때문에도 훈련장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오른쪽 윙백인 조원희가 박지성의 단골인 용인 고기리 숯불장어 집에서 장어즙을 만들어 가져왔다고 하자 C 기자는 “축구 취재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서둘러 용인으로 출발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이원재 미디어담당관이 대표 선수들은 오는 5월 2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호텔에서 5·31 지방선거 부재자투표를 실시한다고 하자 D 기자는 “그러면 이영표는 런던 시장, 박지성은 맨체스터 시장을 뽑는 것이냐”고 말해 모든 기자들을 혼절 직전으로 내몰았다.
D 기자는 몸이 다소 불은 이운재가 연습 게임을 하면서 선수들을 향해 고함을 치자 “개그맨 박명수의 ‘호통’에 버금가는 호통”이라며 “이운재 선수가 호통으로 살을 빼는 호통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출시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축구팬들이 대표팀 훈련 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You can do it(넌 잘할 수 있다)” “Good job, Good try(잘했어, 좋은 시도였어)” 등 용기를 주는 표현들을 자주 사용했다.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대표팀 훈련에서 지적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는 아드보카트의 황태자로 불리는 백지훈. 훈련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연신 “지~~~훈”을 부르며 유독 백지훈의 실수는 그냥 넘어가질 않았다.
재미난 사실은 나이대가 천차만별인 선수들이 훈련 중에는 반말을 쓴다는 것이다. 20세가 갓 넘은 백지훈, 김진규, 박주영도 30대 중반인 최진철에게 훈련 중에는 “진철, 패스해” “진철이 올라와”라고 반말을 한다. 아마도 히딩크 감독의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기자가 이번주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면서 가장 가슴을 졸였던 장면은 이천수와 김두현의 충돌이었다. 아무리 연습 상황이고 동료라지만 부상을 당할 수 있는 강한 태클에는 감정이 상하게 마련. 지난 5월 16일 6 대 3 볼 뺏기 연습을 하던 김두현과 이천수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볼을 원터치로 패스하려던 김두현에게 이천수가 태클을 시도했는데 그 태클에 김두현이 발목을 강하게 채였던 것.
통증을 호소하던 김두현을 두고 이천수가 미안함 표시 없이 게임에 몰두했다. 기분이 상했던 김두현은 곧바로 이천수에게 강한 태클을 걸며 무언의 신경전을 벌였다. 게임이 끝난 후 이천수가 김두현의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김두현은 약간의 앙금이 남아 있는 듯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자신의 배번이 쓰인 물통을 찾아 갈증을 해소한 두 선수는 일단 엇갈린 방향으로 걸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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