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이승엽 선수와 함께 입국하는 부인 이송정 씨와 아들 은혁이. | ||
이승엽이 올 시즌 큰 기복 없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데 대해 이 씨는 안정된 가정을 꼽았다. 아들 은혁이와 아내 이송정의 존재가 이승엽한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씨는 한때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던 사연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우리 며느리 송정이, 아니 ‘은혁이 에미’라고 불러야 하는데 아직도 입에는 ‘송정이’가 익숙하다. 워낙 어린 나이(21세)에 결혼을 한 탓에 한동안 나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었고 듣기 싫은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처음에 승엽이가 사귀는 여자가 있다면서 송정이를 데려왔을 때 난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대학에 갓 입학한 여성인 데다 전공 과목도 연예계와 관련이 있고 특히 두 사람이 만난 곳이 패션쇼였다는 부분들이 영 탐탁지 않았다.
운동 선수의 결혼은 운동 못지 않게 중요한 선택이고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어 난 승엽이가 좀 더 신중한 고민 끝에 올바른 결정을 하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내심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따라줬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승엽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습관대로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차례 설득도 해보고 마음을 돌려 놓으려 했지만 ‘사랑’ 앞에선 부모의 충고는 흘러가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승엽이는 또 다시 날 꺾었다.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승낙했지만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송정이가 결혼 때문에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는 것도 걱정이었고 무엇보다 나이가 어려 인내와 기다림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운동 선수와의 결혼 생활을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결혼하려는 마음에 모든 문제를 ‘간단히’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많은 난관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결국 정신 없이 결혼식을 올렸고 승엽이네 부부는 대구에 신혼 살림을 차렸다. 아들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난 시아버지 역할보다는 친정 아버지처럼 송정이를 따뜻하게 대해주려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러나 조금씩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송정이는 유명한 운동 선수의 아내가 되면서 자기 인생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스물한 살 여대생인 듯한 행동을 보일 때도 있었다. 처음엔 이해를 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데다 서울을 떠나 대구에서 생활하는 게 여러 가지로 힘든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한두 가지 내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쌓이면서 내 잔소리도 조금씩 늘어만 갔다.
시어머니의 병 간호에다 시아버지의 잔소리까지 감당하기엔 송정이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승엽이 야구도, 결혼 생활도 힘들어질 것 같았다. 다행인 건 지금 생각해보면 나보다 송정이가 더 힘들었을 텐데 큰 내색 없이 잘 받아 넘겼다는 사실이다.
결혼 후 한동안 승엽이의 통장 관리를 내가 계속 맡아서 처리했다. 물론 어느 때가 되면 모든 걸 송정이에게 넘겨줘야 했지만 결혼하자마자 돈 관리를 떠맡기기엔 세상 물정을 너무나 몰랐다. 승엽이가 일본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송정이에게 모든 책임을 넘겼지만 돈 관리를 맡기기 전 연봉 관리와 지출 문제, 경조사 챙기기 등을 가르치면서 송정이의 경제 감각, 생활 감각을 키워주려 애썼다.
▲ 지난 2001년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결혼 예복을 선보인 이승엽 이송정 씨. | ||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옛말이 있다. 나와 송정이와의 관계는 여느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랑은 조금 다르다. 승엽이를 뒷바라지했던 나로선 며느리에 대한 기대가 컸고 큰 기대만큼 며느리도 많이 부대꼈을 것이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잡음 없이 잘 걸어왔다고 믿는다. 이 지면을 빌어 며느리 송정이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송정아! 약속을 중요시하는 시아버지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모두 너희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뤄진 말들이었으니 깊이 헤아려주길 바란다. 은혁이를 낳을 때 ‘애가 애를 낳아서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모성은 강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은혁이를 아주 잘 키우고 있으니 말이야. 요즘 내가 많이 심심하다. 너에게 할 잔소리가 없어져서… 하하. 건강 조심하고 그동안 잘 견뎌줘서 고맙다. 그리고 송정아 사랑한다!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