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를 저녁식사에 초대한 ‘독일의 붉은악마’ 폴커 기픈 강원희 씨 부부. | ||
남편 기픈 씨는 프로 선수 뺨치는 전문가적인 식견을 자랑한다. 청년 시절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가 부상으로 꿈을 접는 바람에 ‘하는 축구’에서 ‘보는 축구’로 ‘본업’을 바꿨다고 농담을 곁들인다.
기자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기픈 씨는 “왜 차두리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느냐”고 물어왔다.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는 거였다. 이미 보도된 대로 설명을 하자 “아드보카트 감독이 실수 한 것 같다”며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독일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건 난센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픈 씨는 히딩크 감독에 비해 아드보카트 감독은 조금 미덥지 못하다는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미 한국이 치른 평가전을 모두 챙겨본 그는 4년 전에 비해 한국팀의 전력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는 걱정도 드러냈다.
4년 전의 추억을 더듬어 가던 부부가 한국과 독일이 준결승전을 치른 데 대한 회상에선 서로 입을 닫았다. 한국인 아내와 독일인 남편이 지켜본 두 국가의 준결승전은 어땠을까. 강 씨가 이렇게 볼멘소리를 낸다. “독일이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이 사람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선 줄담배만 피워대더라. 말 한 마디 없는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독일이 골을 넣지 못했더라면 큰 싸움 날 뻔했었다.”
기픈 씨 부부는 이번 독일에서 치르는 한국 경기에 또다시 ‘붉은 악마’가 돼 응원전을 펼친다. 4년 전을 떠올려서인지 기픈 씨가 이렇게 립 서비스를 한다.
“이번엔 독일이 예선에서 떨어지고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것이다.”
제발 기픈 씨의 립 서비스가 현실로 나타났음 좋겠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