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황선홍의 골을 축하하는 히딩크. | ||
한 살 터울로 동시대에 선수, 지도자 생활을 거치면서 일찌감치 친구가 된 두 감독, 그러나 정작 경기장에서는 전혀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준다. ‘토털사커’의 신봉자이지만 서로 다른 축구 철학을 갖고 있어서인지 필드에 쏟아내는 열정과 카리스마는 물론 시시각각 요동치는 표정과 행동, 조그마한 버릇, 패션까지 확실하게 다르긴 다르다. 두 감독이 벤치에서 연출하는 각양각색 개성 중 몇 가지를 클로즈업해봤다.
#골 세리머니
두 감독의 벤치 모습에서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점은 바로 골 세리머니다. 히딩크는 자신의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마치 복싱 선수가 어퍼컷을 날리듯 주먹을 쥔 오른손을 하늘로 향해 힘차게 치켜 올린다.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보통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일단 골이 들어간 순간 기쁨을 못 이겨 2~3차례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린다. 그런 다음 골을 성공시킨 선수가 벤치 쪽으로 달려와 자기가 아닌 벤치의 코치나 후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면 그 대열 쪽으로 뛰어가 골을 넣은 선수의 머리와 등을 두드려준다. ‘기특하다’는 격려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강도가 장난이 아니다. 거의 내려치는 수준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그림 같은 왼발 논스톱 슛을 성공시킨 황선홍 현 SBS해설위원이 벤치에서 히딩크 감독이 아니라 박항서 코치를 먼저 껴안다가 히딩크 감독의 매서운 손맛(?)을 봤다. 일본전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성공시킨 호주의 케이힐도 벤치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다 히딩크 감독의 묵직한 손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골을 넣은 선수가 벤치로부터 떨어진 코너플랙 지점 등에서 세리머니를 할 경우,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바라보면서 무차별 어퍼컷을 날린 뒤 어수선한 벤치를 수습한다.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저 만세만 부른다. 히딩크 세리머니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잰걸음으로 필드 쪽을 향해 달려 나가면서 두 팔을 크게 올려 함성을 지른 뒤 박수는 꼭 한 번만 치고 곧바로 돌아서서 벤치 자리에 앉는 근엄한 세리머니를 보여준다. 골을 넣은 선수가 감독에게 달려오면 선수를 안아주지만 별다른 후속 동작은 나오지 않는다. 그의 별명인 ‘장군’다운 세리머니다.
▲ 아드보카트 감독,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 ||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도 대비된다. 히딩크 감독은 손가락과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전술을 지시하는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중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은 세밀한 부분 전술까지 선수들에게 입력시키려고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주로 팔을 길게 뻗어 좌우로 휘젓는 지시가 대부분이다. 수비와 미드필드, 공격 라인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고 공격수들이 빨리 수비에 가담하라는 사인이다. 벤치 반대편 쪽에서 움직이는 공격수가 수비에 가담하지 않을 경우엔 양쪽 검지와 중지를 입에 넣어 소리를 낸 뒤 오른 손을 흔들며 수비에 가담하라는 사인을 내는 정도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불만족스러울 때 다혈질적이 되는 것은 오히려 아드보카트 감독이다. 히딩크는 선수들이 실수를 했어도 특별히 경기장에서 화를 내는 일은 없다. 경기 후 비디오로 편집한 실수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스스로 반성케하는 스타일.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바로 호통을 친다. 선수가 실수를 하면 빠른 걸음으로 터치라인 쪽으로 나가 선수의 이름을 크게 부른 뒤 도저히 플레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싼다.
#심판 항의
심판에 항의하는 모습도 다르다. 항의할 때만 놓고 보면 히딩크 감독이 아드보카트보다 다혈질이다. 그는 선수들이 위험한 파울을 당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내려졌을 경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거친 파울로 쓰러지면 양복저고리까지 벗어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일본전에서 애매모호하게 선제골을 허용하자 감독관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그 감정을 경기 내내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심판에게 윙크를 날리기도 하고, 강하게 항의 하다가 심판이 경고나 퇴장 카드를 꺼내겠다 싶으면 웃는 표정으로 물까지 권하는 게 히딩크 감독이다. 주심으로서는 미워할 수 없는 감독이다.
대신 아드보카트 감독은 큰 소리는 치되 최대한 항의를 자제하는 편이다. 정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제스처로 주심에게 ‘나는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인을 보낸다.
#패션 스타일
패션에 있어 두 사람 모두 정장을 선호한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넥타이를 즐겨 맨다. 호주 전에서는 넥타이를 풀고 나왔지만 브라질 전에서 파란색 넥타이로 한껏 멋을 냈다. 허리띠의 금속 바클도 히딩크 감독이 신경 쓰는 패션이다. 경기 때 유심히 히딩크 감독을 보면 허리띠 바클을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많다. 심기가 불편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오른손으로 코와 입 주변을 만지작거리고 허리띠 바클을 양손으로 만진다.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지난 유로2004에서는 간혹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나왔으나 이번에는 ‘노타이’ 차림. 대신 히딩크 감독과는 다르게 그의 목에는 아이디카드가 항상 걸려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