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 한국을 떠나는 아드보카트 전 감독. | ||
선수의 몸 상태가 문제가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면 그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당일 선수들과 전화 통화를 해보면 ‘컨디션 이상 무, 체력 좋다’는 대답만 들릴 뿐이었다.
“선수 A에게 물었다. ‘너 몸이 어디 안 좋냐’고. 그랬더니 자기는 몸은 항상 좋았다고 말하더라. 감독은 언론을 향해 잔부상이 있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켰다고 말했는데 정작 선수는 몸이 너무 좋다는 거다.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주전으로 뛰어야 하는 선수가 교체 멤버로 뛸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계속되자 너무 힘들어했다. 자칫 팀워크를 해칠까봐 입도 뻥긋 못하고 가슴앓이만 했다고 하더라. 아무리 선수 선발이 감독 고유의 권한이라고 해도 멀쩡한 선수를 부상 선수로 몰고 가는 건 좀 심한 게 아닌가.”
유럽무대의 경험과 월드컵 출전 유무를 중시한다고 말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정작 월드컵이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선발 카드를 꺼내 기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몇몇 포지션에선 선발 원칙을 무시한 채 고집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출전시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월드컵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 했던 선수들은 주전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진로 문제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그렇지만 정작 뭐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잘못 말했다가는 ‘뒷담화’라느니, 이미 떠난 감독 흠집내기라느니, 주전 탈락에 대한 서운함을 감독에 대한 공격으로 몰고 간다느니 하는 식으로 비난의 대상이 될 것임이 뻔하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 비판이라도 할라치면 큰 경기 앞둔 감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언론이 비난만 일삼는다고 뭐라 했던 사람들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월드컵 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 월드컵 전에는 가만히 있다가 끝난 다음에 씹는다고 또 뭐라 한다.
아무리 월드컵이 ‘어제 내린 눈’이 되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자. 냉정한 비판과 평가가 있어야만 다음 대회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아닌가. 그래서 핌 베어벡 신임 감독이 2006독일월드컵에 대해 솔직한 평가와 비판을 해줬으면 좋겠다.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는 되지 말아야 한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