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지난 6월 26일 2002년 월드컵과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한 핌 베어벡 수석코치가 대표팀 역대 7번째 외국인 사령탑에 임명됐다.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핌 베어벡 코치의 내부 승계를 축구협회가 소모적 논쟁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최선의 카드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수석코치로서 참가한 두 번의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를 훤하게 꿰뚫고 있고 또한 새로운 외국인 감독 선정에 따른 대표팀 전력 공백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핌 베어벡 카드’는 일단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감독 선임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협회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축구 관계자나 지도자들은 “월드컵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면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다” “전장에서 패한 장수가 다시 무임승차하는 경우는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연 뭐가 그렇게도 찜찜한 걸까.
#감독 내정설 솔솔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언론 및 축구 관계자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점은 후임 사령탑을 물색하려는 협회의 움직임이 외부로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스코틀랜드 출국 직전 러시아 클럽팀과 계약을 맺었다는 한 스포츠지의 보도가 나온 이후 기자들이나 축구 관계자들은 협회가 일사불란하게 차기 감독 인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월드컵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본프레레와 아드보카드 감독 선임 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던 탓인지 후임 감독과 관련된 얘기는 전혀 새어 나오지 않았다.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재계약 여부 마감 시한인 지난 6월 15일에도 오히려 기자들만 바쁠 뿐이었다. 외국인 감독 선임 때가 되면 늘 취재진들과 숨바꼭질을 벌였던 협회 가삼현 사무총장도 이번에는 느긋하게 독일에 머물면서 기자들을 피하지 않았다.
▲ 핌 베어벡 신임 감독이 수석코치 시절 대표팀과 훈련하는 모습. 연합뉴스 | ||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지난 26일 신임 감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술위는 감독 선임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의를 진행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다른 감독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계약이 종료될 것을 대비해 4월 20일부터 세 차례 감독 선임에 대한 협의를 했고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지도자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본 바 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외국과 국내 지도자들을 망라해 후보자를 추천하고 그에 따른 선임 절차와 방식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형식적인 통과 의례 혹은 이벤트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다수의 해외 유명 감독과 친분을 맺고 있는 에이전트 A 씨는 “협회 기술위가 후보자 선정에 앞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외국 감독들의 정보를 모으려 했다면 어떠한 루트를 통해서라도 다양한 소문이 전해졌을 텐데 이번에는 놀랍게도 후임 감독과 관련,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이는 협회 고위층, 혹은 기술위가 일찌감치 베어벡 카드를 선택해놓고 발표 시점을 기다렸다는 반증”이라고 전했다.
#장점이 단점될 수도
이렇든 저렇든 핌 베어벡 감독이 한국 선수들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대표팀 운영에 있어서 큰 플러스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핌 베어벡 감독이 한국 선수들을 잘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을 외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심리적인 면이나 버릇까지 훤히 꿰고 있다. 선수를 검증하고 선발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을 절약하고 훈련의 효율성을 한층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핌 베어벡 감독이 다른 외국인 감독보다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축구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핌 베어벡 감독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단점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한국 축구 문화와 선수들에 대해 정통하다는 장점이 오히려 감독직 수행 과정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축구 관계자들은 협회가 핌 베어벡 감독이 ‘지한파’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는 점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한국 축구 문화에 정통한 핌 베어벡 감독이 경기 결과에 치중할 경우 오히려 인맥 등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면서 “축구협회 기술위가 감독을 향해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