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VD 속 ‘한국편’ 모델의 유니폼에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등쪽으로 몸을 돌리자 ‘안정환’ 영문이름이 드러났다. | ||
지난 6월 19일 브라질과 호주와의 월드컵 F조 예선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뮌헨을 찾은 회사원 L 씨는 뮌헨 시내 DVD숍을 찾았다가 시야에 확 들어오는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L 씨가 찾아낸 것은 ‘Miss Superball 2006’이라는 제목의 누드 DVD였다. DVD 겉면 전체에는 독일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 유니폼을 입은 모델들이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도배돼 있었다. 이 DVD는 인터넷(www.SUPERBABEZ.de)에서도 주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L 씨는 그 DVD와 함께 ‘SEXY SPORTS CLIPS’라는 비슷한 내용의 DVD도 구입해 한국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L 씨는 귀국하자마자 집에서 ‘Miss Superball 2006’ DVD를 컴퓨터에 넣고 화면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보통 국내에서 흔히 접했던 누드 동영상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늘씬한 모델들이 각국의 국기 앞에서 원피스로 개조한 스타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고 야릇한 반라 쇼를 펼치는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었다. 특이하게도 32개국 중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혹시나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덴마크와 그리스로 대체했다.
아무 생각 없이 영상들을 지켜보고 있던 지켜본 L 씨는 한국 대표팀 모델이 등장하면서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안정환의 이름이 등에 새겨진 원피스 유니폼 가슴 쪽에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이 확연하게 찍혀있는 것. L 씨는 협회 로고가 무단 도용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송기룡 부장은 “분명 이윤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상표법과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협회 차원에서 독일에서 출시된 DVD나 동영상까지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 부장은 “국내에서도 대한축구협회 공식스폰서가 아닌 기업의 경우에는 협회 엠블럼 사용을 일체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만약 국외 기업 등에서 거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나 상품에 축구협회 엠블럼을 사용했을 경우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협회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DVD 혹은 각국 대표팀 유니폼과 엠블럼, 그리고 선수 얼굴 등을 활용한 상품들이 월드컵이 벌어지고 있는 독일에서 대거 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상품으로 보면 보잘 것 없지만 선례를 남겨두면 이후에 예기치 않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어쨌든 해외에서의 협회 엠블럼 상표와 저작권, 대표 선수들의 초상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전략 모색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누드 DVD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