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승엽이가 일본에 간 이후론 단 한 번도 야단을 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화가 날 땐 입을 닫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 승엽이가 야구 성적으로 내 쓰린 마음을 달래주곤 했다.
요즘엔 무조건 ‘잘했다’란 말을 달고 산다. 왜냐하면 아무리 날고 뛰어도 지금보다 더 잘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조건에서 이 정도하면 훌륭하다는 게 나만의 평가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이전에 하지 않던 말을 가끔씩 꺼낸다. 바로 ‘사랑한다’는 말이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역시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의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란 참으로 거북하고 쑥스러운 표현이다. 그런데 이 말이 자주 나온다.
자식을 운동 선수로 키우려면 부모 또한 심리전의 대가가 돼야 한다. 아들이 지치고 힘들어 할 때와 신바람나서 운동할 때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어휘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무조건 야단만 친다고, 닦달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아니다.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가지고 왔더라도 한 발짝 물러서서 아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부모야말로 자식을 성공시킬 수 있는 부모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