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 골프 선수의 상품가치 면에서 세계 1, 2위라는 두 선수의 상황이 180도 정반대로 달리고 있어 흥미롭기만 하다.
먼저 우즈를 살펴보자. 전담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키위(Kiwi 뉴질랜드인)다. 그렉 노먼과 레이먼드 플로이드의 백을 메다 99년 베이힐인비테이셔널대회 때부터 우즈와 함께 일했다. 올해로 만 7년째다.
둘의 첫 출발은 좋지 않았다. 세계 랭킹 1위로 온갖 기대를 한몸에 받던 우즈는 베이힐에서 공동 56위에 그쳤다. 또 초반 4개의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 10위였다. 이후 석 달간 열 번째 대회에까지 우승은 세 번뿐이었고 메이저대회 트로피는 아예 없었다.
하지만 우즈는 윌리엄스가 그린에서 라인을 읽는 능력이 괜찮다고 판단했다. 계기는 이해 늦여름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이었다. 최종 4라운드에서 우즈는 윌리엄스의 결정적인 조언에 힘입어 97년 마스터스 이후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고 이후 전성기를 구가했다. 윌리엄스는 우즈의 50승 중 무려 43승을 함께했다.
이제 둘은 선수와 캐디 사이를 넘어 최고의 우정을 쌓게 됐다. 물론 성적도 미PGA 역사를 새로 쓸 정도로 빼어나다. 지난 5월 우즈의 부친 장례식 때는 윌리엄스가 우즈 바로 옆 자리를 지켰고 장례식 2주 전 뉴질랜드에서 열린 윌리엄스의 결혼식에는 우즈가 지구를 반 바퀴나 날아가 베스트프렌드(미국 결혼식 풍습)로 참석했다.
이젠 미셸 위의 캐디 이야기다. 미셸 위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캐디를 자주 바꾼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프로 선언을 하면서 그렉 존스턴을 캐디로 영입했다. 존스턴은 줄리 잉스터의 캐디로 12년간 일하며 메이저 우승컵을 네 개나 합작한 명 캐디였다.
미셸 위와 존스턴은 성적이 좋았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앞서 치른 여섯 차례 미LPGA 대회에서 한 번도 공동 5위 이하로 밀려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열린 성대결에서도 컷오프를 통과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런데도 냉정하게 잘렸다.
해고 통보도 좀 잔인했다. 존스턴은 영국의 공항에서 매니저를 통해 해고 사실을 통보받았다. 존스턴은 “매우 충격적이고 놀랍다. 난 우리가 매우 성공적인 해를 보내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미국의 유력 스포츠 주간지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근 ‘캐디 탓으로 돌리다(Blame it on the caddie)’라는 기사를 통해 “미셸 위 측은 대회서 부진할 때마다 ‘운이 좋지 않았다. 바운스가 나빴다. 벌레가 있어서 그랬다. 너무 더웠다’ 등등 항상 어떤 변명 거리를 내놓았다”고 꼬집었다.
적어도 캐디 문제에 대해서는 우즈의 이야기가 미셸 위에게 교훈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골프의 신이 두 사건을 동시에 일어나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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