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91년 대회를 꼽는다. 마치 영화 같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불릴 만한 우승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필드의 말썽꾼’ ‘괴력의 장타자’ ‘풍운아’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존 댈리(40). 당시 25세의 댈리는 87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완전 무명 선수였다. 91년 PGA챔피언십은 7200야드가 넘는 긴 코스로 화제가 됐다. 댈리는 원래 출전권이 없었는데 대회 직전 닉 프라이스(짐바브웨)가 출전을 포기하는 바람에 갑자기 출전하게 됐다. 트럭을 몰고 달려온 댈리는 평균 304야드의 엄청난 장타를 과시하며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이야 골프 장비의 발달로 300야드를 넘기는 선수가 많아졌지만 당시 300야드는 꿈의 거리였다.
댈리는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다. 우승 직후 덴버공항 활주로에서는 드라이브샷 측정까지 할 정도였다. 이때 댈리는 최고 360야드를 기록했다. 활주로에 떨어져 굴러간 거리까지 합치면 450야드나 됐다.
장타와 깜짝 우승은 ‘화제의 존 댈리편’에 있어 시작에 불과하다.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92년 BC오픈에서 2승째를 거뒀지만 이내 알코올 중독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11개월 금주 끝에 94년 벨사우스클래식 그리고 95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며 부활했다가 다시 술과 도박으로 망가졌다. 97년 US오픈에서는 2라운드 9개홀을 돈 뒤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다.
세 번이나 이혼하는 불안정한 가정생활, 술주정, 그리고 티셔츠에 스폰서 로고를 엉뚱하게 붙이고 다니는 등의 거침없는 행동으로 댈리는 구설에 올랐다. 직접 RV차를 몰고 다니며 기타를 치고 시를 짓기도 했다. 사생활이 흔들리며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2004 뷰익인비테이셔널까지 9년 동안 우승이 없었다.
댈리는 올해 자서전(My life In and Out of the Rough)을 펴냈다. 지난 12년간 도박에 빠져 5000만∼6000만 달러를 날려 버렸고 뒤늦게나마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더라면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알콜 중독에서는 벗어났지만 도박과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지난해 월드챔피언십에서 75만 달러를 벌었는데 라스베이거스에 들러 5000달러짜리 슬롯머신 앞에서 5시간 만에 165만 달러를 잃기도 했다.
댈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3년 한국오픈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2004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PGA챔피언십의 사나이’ 댈리는 2006년 대회를 앞두고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맥주와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댈리가 연습 라운딩도 하지 않았고 티타임 직전에야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골프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나를 귀신 바라보듯 했다. 나는 아직 비아그라도 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건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댈리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댈리의 기행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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