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위해 또는 명예를 위해 청춘을 바치는 삶인데 그 명예를 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라면 자식에게 ‘운동 열심히 해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힘들다.
한때 이 문제를 놓고 현수랑 난 밤을 새우며 고민을 거듭했다. 귀화가 찜찜하면 아예 운동을 포기하고 유학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식의 미래가 달린 부분이라 부모가 나서는 건 한계가 있었다. 결정은 현수의 몫이기에 난 의견만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현수가 은퇴하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일이라면 쇼트트랙의 구태의연한 파벌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것이다. 그 악습을 떨쳐내기 위해서 난 ‘소극적’이 아닌 ‘적극적인’ 뒷바라지로 현수만이 아닌 순수한 우리 선수들을 위해 뛰어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