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토트넘과의 경기 도중 태클에 걸려 넘어진 박지성. 이날 경기 이후 결국 인대수술을 받았다. 로이터/뉴시스 | ||
그러나 박지성의 갑작스런 왼쪽 발목 인대 수술은 잉글랜드 현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수가 고통스런 통증을 호소하면서 경기나 훈련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지거나 할 경우 수술이 이뤄진다. 하지만 박지성은 걸어서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외형적으로 크게 나쁘지 않았다. 박지성조차 “어떻게 통증이 하나도 없는데 수술을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수술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박지성의 에이전트사인 JS리미티드의 박현준 팀장은 “통증은 물론 붓기조차 없었다. 심지어는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겉으로는 멀쩡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올 시즌부터 영국 현지에서 박지성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들어가 보면 박지성은 분명히 인대가 파열돼 있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인대가 하나 정도 끊어져도 뛸 수는 있다고 한다. 또 공을 차는 데 무리가 없지만 인대가 근육을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근 박지성이 특유의 파워 넘치는 돌파를 펼쳐 보이지 못한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멀쩡한 박지성이 수술을 받는다고 나섰으니 만약 옆에서 박지성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웬 수술?’하고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지성의 이런 몸 상태가 오히려 여러 오해를 낳았다고 박지성 측근에게 불똥으로 날아들었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맨유와 셀틱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박지성 부모와 박 팀장을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 앞에서 만났다. 당시만 해도 박지성의 MRI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앞서 치러진 10일 토트넘 홋스퍼 경기 이후 박지성이 훈련을 쉬고 있어 당분간 경기에 출전하기 힘들 것 같다는 말만 오고갔다. 결과가 좋았으면 한다고 말한 뒤 기자석으로 올라갔다.
▲ 박현준 매니저 | ||
멀리 나와 있는 입장에서는 섭섭한 일이기도 했지만 맨유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지난 독일월드컵 직전 있었던 웨인 루니 부상과 관련한 맨유 팀 닥터 사건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웨인 루니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프리미어리그 첼시전에서 부상을 입어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당연히 웨인 루니의 몸 상태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언론의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그런데 맨유의 팀 닥터가 개인적으로 언론과 접촉해 3개월 정도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퍼거슨 감독은 크게 화를 냈고 팀 닥터는 옷을 벗어야 했다. 웨인 루니는 팀 닥터의 의견과 달리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산소탱크까지 동원한 재활로 단기간에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박지성이 수술을 받는다는 뉴스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맨유 언론담당관의 입을 거쳐서 현지 언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바로 올랐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국내 언론에도 뉴스가 전해졌다. 그러나 이게 문제였다. 국내 언론에서는 박지성 측이 수술 사실을 숨겼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무수히 많은 전화를 받은 박지성의 매니저는 아직 결과를 모른다고 말했고 기자들은 오해를 했던 것이다.
몇 년 전에도 박지성을 담당했던 박 팀장은 “그때와 지금은 박지성에 대한 관심의 강도가 다르다. 하루 수십 통의 전화를 받는데 내가 아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해 알려주는데도 섭섭하다고 할 때는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박지성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도 못하면서 구단과 언론 사이에 끼여 스트레스를 받는 박지성의 가족과 매니저에게도 3개월의 재활 기간은 힘든 시간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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