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한 중동의 오일머니가 세계 경제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돈이 넘쳐나 어디다 쓸 줄 모른다고 한다. 쿠웨이트 정부는 가구당 800만 원씩 나눠주기도 했단다. 국민들에게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오일머니를 통한 경제 성장의 대표적 도시로 알려져 있다.
―10월 27일부터 사흘간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골프장에서 열리는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은 국내 유일의 미LPGA대회로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이벤트다. 원래 CJ나인브릿지클래식으로 지난 4년간 성공리에 치러졌다. 올해는 주최사와 메인 스폰서가 변경되면서 대회 장소, 대회 이름이 모두 바뀌었다.
―외양의 변화를 넘어 더 중요한 변화는 참가 선수의 질적 하락이다. 예전에는 미LPGA 시즌 상금랭킹 톱10 중 70% 이상이 출전했다.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 등 최고의 선수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올해는 고작 4명뿐이다. 4명 중 3명이 한국 선수이니 진짜 톱10 외국 선수는 폴라 크리머(미국 9위) 1명이다.
―한국행을 거부한 선수들의 사연을 살펴보면 골프가 지구촌 정치나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상금 1~3위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소렌스탐, 캐리 웹(호주)은 같은 기간 두바이에서 열리는 유럽여자골프투어(LET)의 신설 대회에 출전한다. 제법 큰 액수의 오일달러(출전료)를 받고 ‘아침의 나라’ 대신 ‘사막’을 택한 것이다.
크리스티 커, 줄리 잉스터, 팻 허스트 등 미국선수들은 자국에서 휴식을 취한다. 북한이 언제 또 핵실험을 하고,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북한의 반발 등 연일 동북아 정세가 시끄러운 마당에 한국행이라는 수고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오일달러에 밀리고, 북한핵에 치인 한국의 유일한 미LPGA대회는 질적으로 역대 최악이 돼 버렸다. 최고의 선수들이 빠지다 보니 특별 출전권을 따낸 국내 선수와 우승에 목마른 선수들은 쉽게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들떠있다. 한국 선수가 우승하는 건 좋지만 씁쓸한 뒷맛은 지울 수 없다.
―올해 국내 경기 침체로 최소 수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 대회 주최 측은 이 대회를 2008년까지 열기로 미LGPA와 계약을 맺었다. 위약금을 물기 싫으면 앞으로도 두 번은 더 해야 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오일달러를 제압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좋아질까? 북한핵 위기는 해결돼 있을까? 어쨌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올해 한반도 핵위기가 무색할 만큼 멋진 대회로 치러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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