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현이의 특징은 골을 넣을 때도 힘들게 넣는다는 점이다. 팀을 옮기는 것도 그렇고 지금의 프리미어리거가 되는 부분도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뭐 하나 뚝딱뚝딱 되는 게 없었다. 아들 성격처럼 마치 돌 다리를 두드려 건너보는 심정으로 하나 둘씩 밟아 올랐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기현이의 인생이 안쓰럽고 안타깝다. 기현이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힘들었던 성장과정이 그 애 인생에 걸림돌이 되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가나, 시리아전을 앞두고 귀국했던 기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감자 캐러 다니신다는 거 사실이에요?” <일요신문>에 기사화된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난 무슨 소리냐고 잡아 뗐는데 기현이가 기사 나온 걸 다 봤다면서 감자 캐는 거 하지 말라고 말했다. 사실 감자를 캐러 다니고 싶어도 허리가 아파 다닐 수조차 없는데 기현이가 그런 얘길하니까 괜히 자식 걱정이나 시킨 것 같아 미안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기현이를 뒷바라지했다면 앞으로 내 남은 인생은 기현이가 날 뒷바라지하며 지낼 것 같다는…. 하루 빨리 몸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