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범근 감독은 이번에 재계약을 넘어 ‘미래가 보장된 장기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 ||
올해는 K리그 14개 구단 가운데 9개 팀 감독의 계약이 만료되는 해다. 이 때문에 지난 여름부터 “올 겨울에 감독들의 대이동이 일어난다”는 말이 심심찮게 돌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끝난 현재는 계약 만료된 감독들이 대거 유임되는 분위기다.
제주 유나이티드 정해성 감독은 구단 프런트로부터 전력 보강 약속을 받고 남을 뜻을 굳혔다. 한때 A 구단과 접촉한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퍼졌지만 결국 잔류를 선택했다. 물론 잔류 조건으로 대폭적인 선수 보강을 제시했다. 이왕 남기로 결심한 만큼 내년 시즌에는 제주 지휘봉을 잡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대전 시티즌 최윤겸 감독 역시 ‘축구특별시’ 대전을 지키기로 했다. 지난 2005년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영입 제의를 받고도 대전에 남았던 최 감독은 “나를 키워준 구단과의 의리를 지키고 싶다”며 잔류를 결정했다. 의리 때문에 남는 감독이 한 사람 더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장외룡 감독이다. 장 감독은 ‘인천 프런트와 갈등을 빚는다’ ‘서울로 간다’는 등의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최근 “구단이 원한다면 남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천의 고위 관계자들은 장 감독의 서울행 소문에 대해 “장 감독이 섣불리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곧이어 인천 안종복 단장은 지난 16일 “장 감독과 만나 2년간 계약을 연장하고 싶다는 구단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은 단순한 재계약 수준을 넘어서 구단과 미래가 보장된 장기 계약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수원은 차 감독을 영입할 때 삼성 라이온즈 김응용 사장 같은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계약 기간은 2004년 기준으로 10년이고 지도자로 은퇴한 뒤에는 사장직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수원은 조만간 삼성전자 축구단에서 독립법인으로 홀로서 ‘차 감독’이 ‘차 사장’으로 변신할 토대를 마련한다.
전남 드래곤즈 허정무 감독도 잔류할 전망이다. 허 감독은 한동안 황선홍 코치에게 감독직을 물려주고 총감독이나 사장으로 보직을 바꾼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이런 소문을 강력하게 부인했고 허 감독 역시 내년 시즌 준비에 대한 계획을 밝히는 등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황 코치가 감독을 맡으라는 허 감독의 제의를 고사했다는 ‘설’도 있다.
물론 모든 감독들이 남는 분위기는 아니다. 4강 플레이오프(PO) 패배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서울 이장수 감독은 ‘떠나는 감독’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여름 서울이 컵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만 해도 재계약이 유력해 보였지만 최근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가 이 감독의 지도력을 비판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이미 A 감독이 서울로 돌아온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져있다.
울산 현대 김정남 감독도 이 감독과 비슷한 상황이다. 김 감독이 총감독이나 고문으로 물러나고 B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문이 잔뜩 불거진 상태. 소문이 하도 많이 나서 B 감독이 언론과의 만남을 피하며 몸을 낮추고 있다. 김 감독이 물러난다는 소문이 돌면서 울산에 감독 지원자들의 이력서가 속속 날아들었다. 프로 감독 출신의 한 지도자가 에이전트를 통해 이력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몇몇 지도자들의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구단 고위층이 김 감독을 아끼고 김 감독 역시 지도자 생활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보인 터라 ‘1년 더’라는 결론이 나올 확률도 있다.
확실하게 감독이 바뀌는 구단은 대구 FC다. 대구는 지난 6일 박종환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이후 감독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구단 주위에서는 변병주 청구고 감독을 내정한 상태에서 ‘쇼’를 한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박 감독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구단 프런트가 박 감독과 돈독한 관계인 변 감독을 후임으로 임명하며 절충점을 찾았다는 주장이다.
변 감독 외에 대구 사령탑 후보에 오른 사람은 황보관 전 오이타 트리니타 감독, 박경훈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 최진한 전 대구 코치 등이다. 황보 감독은 대구 토박이라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최 코치는 ‘공부하는 감독’이라는 장점 때문에 급부상하고 있다.
전광열 스포츠칸 축구부 기자 revelg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