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정환 이혜원 부부는 ‘새벽 별 보기 커플’이다. 외국에서 생활할 때는 늦은 아침을 먹고 남편이 운동나가면 그때부터 집안 일을 시작하는 여유와 넉넉함이 묻어났지만 두 달 전부터 남편은 운동하러 아내는 동대문 시장으로 옷을 구입하러 가는 고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 씨가 전하는 남편 안정환의 근황은 운동 선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소속팀이 없다 보니까 훈련 장소와 일정 등이 불규칙하다는 것. 새벽 5시에 청담동의 집을 나서 경기도 남양주 부근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를 여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여러 가지 불편함이 뒤따르고 있다. 시간을 좀 늦추고 싶어도 그 이후론 조기축구회원들이 운동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득불 그 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많이 안타까워요. 겉으론 전혀 내색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 규칙적이고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마음은 오죽하겠어요. 웃어도 쓸쓸해 보이는 얼굴을 남편한테서 느낄 때 저 또한 힘들어지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서로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 청담동의 숍에서 의상을 매만지는 이혜원 씨.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제가 쇼핑몰을 시작한다고 하니까 몇몇 사람들은 남편이 무적 선수로 있어 아내가 돈벌이를 시작한 것처럼 보더라구요. 사실 이런 시각들이 있을까봐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었거든요. 남편의 축구 인생과는 상관 없는 순수한 제 일이고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제 인생의 첫 발을 내딛는 일이 쇼핑몰 운영이었어요. 이런 부분으로 몇날 며칠을 고민하자 남편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 시선이 무슨 상관이냐며 용기를 줬어요. 우리만 아니면 그만이라고 말하더라구요. 눈물나게 고마웠어요. 남편의 배려가.”
이 씨는 새벽 3시에 집을 나선다. 미스코리아 선배 임주연 씨와 함께 동대문시장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며 좋은 물건을 골라내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고달팠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봐 최대한 ‘변장’을 하고 다니다가 얼마 전부터는 ‘안정환의 아내’라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단다.
“처음엔 상인들이 물건도 잘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쇼핑몰을 시작한지 몰랐기 때문이죠. 뭐 하러 새벽시장까지 나와서 고생하느냐며 돌려보내는 분들도 있었구요. 지금은 많이들 챙겨주시고 좋은 물건은 일부러 숨겨 놓고 있다가 제가 나타나면 보여주시고 그래요. 이 일이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되더라구요. 쇼핑몰이 오픈하자마자 워낙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어 발바닥이 퉁퉁 부어도 힘든 줄을 모르겠어요.”
어머니 전봉숙 씨와 함께 운영하는 청담동 ‘토브’의 주차장 한켠에 자신의 숍을 만든 이 씨는 인테리어 단가를 낮추기 위해 페인트 칠부터 도배까지 손수 처리했다고 한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 벽지는 리원이(딸) 방에서 가져온 거구요, 저기 샹들리에는 집 천장에 매단 것 떼어온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 홈피 팝업창. | ||
“얼마 전에는 정말 황당한 얘기를 들었어요. 우리 부부의 이혼설, 불화설이 나돈다는 거예요. 물론 가끔씩 다투고 싸운 적은 있어요. 하지만 단 한번도 이혼 운운했던 적이 없었어요. 한번은 이웃 주민을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절 보시곤 ‘힘내라’며 등을 토닥거리시더라구요. 그 분은 제가 리원이 아빠와 별거 중으로 알았대요.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참으로 서글퍼졌어요. 우리 부부는 어항 속 물고기들이 아니거든요.”
동대문 새벽시장을 다니며 이 씨는 깨달은 사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그곳은 바깥 세상과는 또다른 별천지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본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단다.
“새벽시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남편에게 많이 얘기해줘요. 열심히 살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고요.”
마지막으로 안정환의 진로 문제에 대해 물었다. 이 씨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임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12월 초쯤 유럽 이적시장이 열리면 다시 트라이할 것 같아요. 저는 굳이 유럽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 없어요. J리그나 한국 복귀도 염두에 뒀음 좋겠는데 그 결정은 전적으로 남편 몫이니까 뭐라고 말하기가 그래요. 정환 씨 이제 겨우 서른 살이에요. 분명 좋은 모습으로 축구팬들에게 나타날 거라 믿어요. 기대해 주세요.”
안정환과의 결혼소식을 제일 먼저 보도했던 기자는 이혜원 씨가 얼마나 현명하고 부지런한 아내이자 엄마인지 잘 안다. 그가 사업가로도 분명 큰 일을 해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