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이었다. 제법 유명한 홍보회사에서 골프 홍보 일을 하는 여자 취재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웬 호들갑? 처음엔 갸우뚱했다. ‘스포츠 기자가 노처녀들이 좋아할 기사를 쓸 일이 없는데….’ 스포츠 전문 일간지에서 매일 서너 개씩 기사를 쓰던 시절이었기에 어떤 기사에 대한 반응인지 잘 몰랐다. 알고 보니 ‘벙커샷’ 때문이었다. 미LGPA 한류스타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까닭을 나름대로 적었는데 같은 여자 처지에서 제법 공감이 갔던 모양이다.
또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벙커샷’의 ‘최다 주연’을 맡은 미셸 위의 부친으로부터는 항의 메일을 받기도 했다. 확실히 실수한 부분이 있어, 기자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물론 많은 격려도 받았다.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한 골퍼의 가족은 ‘벙커샷’ 기사를 스크랩해 거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았고, 아주 점잖으신 한 선수의 부친은 수차례 “벙커샷을 보는 재미에 산다”고 극찬을 해 몸 둘 바를 모르기도 했다.
2005년 1월 2일에 시작한 ‘벙커샷’이 8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기간으로 치면 꼭 2년이 됐다. 그동안 여러 가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드린다.
벙커샷의 마지막 주제는 ‘골프 대중화’다. 정말 많은 스포츠 종목이 있지만 골프라는 종목은 참 특별하다. 여자는 사실상의 세계 최강이고, 남녀 아마추어 골프는 아시안게임에 걸린 모든 메달을 싹쓸이했다. 골프장 내장객수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 관중보다 3배 이상 많다. 한국 골프는 전문 선수의 실력이나 시장의 양적인 팽창에서는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 동호인들도 ‘한국인이 동남아시아 골프장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급력이 커졌다.
하지만 아직도 골프 대중화는 멀었다. ‘돈 있는 사람들이 하는 사치성 운동’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 국회의원은 골프 한 번 잘못 즐겼다가는 호되게 욕을 먹는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e스포츠는 물론이고 축구 야구 농구 등 주요 종목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떨어진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는 물론이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땅덩어리가 좁은 일본에서도 택시기사나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트렁크에 골프백을 넣고 다니며 골프를 즐긴다. 골프를 즐기기에는 한국이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나라다. 한국에서 골프가 조기축구회처럼 대중 스포츠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까? 각종 세금을 폐지하고, 또 골프장을 늘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골프처럼 신체에 무리없이, 연령대에 상관없이, 또 재미있게 대자연을 즐기는 스포츠가 또 있을까?
한국 골프의 가장 큰 숙제는 세계 제패가 아니라 ‘진정한 골프 대중화’다. 그때가 되면 부족하지만 또 한 번 ‘벙커샷’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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