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송영군입니다. 먼저 <일요신문>의 지면을 통해 한국의 골프팬들과 만나 뵙게 돼 굉장히 반갑습니다.
일본은 2006년 미야자토 아이의 미국 진출 후 수십 명의 취재진이 미LPGA에 와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미국 외의 국가로는 가장 선수 숫자도 많고, 또 성적도 최고인 한국은 특파원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전문 글쟁이가 아니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유일하게 미LPGA의 생생한 현장을 매주 생중계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LPGA 생생 리포트’의 첫 번째 주자는 ‘멕시코의 박세리’로 불리는 로레나 오초아입니다. 먼저 별명부터 설명하자면 오초아는 ‘멕시코의 박세리’보다는 ‘멕시코의 박지은’이 정확합니다. 부유한 집안 출신, 일찌감치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온 점, 예쁘장한 외모 등 한국의 박지은과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어쨌든 요즘 오초아가 화제입니다. 지난 27일 AP통신이 각국 언론사의 의견을 모아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여자선수(종목 불문)로 바로 오초아를 선정했습니다. 전날 타이거 우즈가 ‘올해의 남자선수’로 발표된 것은 당연하다고까지 할 수 있지만 오초아는 이변이었습니다.
올해 상금왕과 다승왕(6승),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의 5년 철옹성을 무너뜨렸어도 아직 지명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죠. 소렌스탐은 그렇다고 쳐도 테니스의 마리아 샤라포바, 아멜리에 모레스모 등을 제친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초아는 빼어난 실력 외에 마음씨도 아주 곱다는 사실을 국내 팬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는 유난히 멕시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골프장에도 그 숫자가 많습니다. 오초아는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해당 골프장에서 일하는 멕시코계 노동자와 근처도시의 멕시코계 유학생들을 불러 모아 꼭 식사 대접을 합니다. 미LPGA 대회는 시즌 중 미국대륙을 돌며 거의 매주 대회를 열리니까 오초아의 파티는 매주 열리는 셈이죠.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9월 캘리포니아주 댄빌에서 열린 ‘롱스드러그 챌린지’ 대회 도중 우연히 오초아의 경기를 지켜보게 됐습니다. 많은 수의 멕시코계 노동자들과, 유학생들이 광적인 응원을 펼치더군요. 그들이 오초아를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06년 멕시코는 오초아를 위해 2개의 미LPGA대회를 자국에서 개최했습니다. 선수의 애국심, 그리고 이에 대한 국가와 팬들의 엄청난 사랑. 바로 이것이 아직 어느 한국 선수도 달성하지 못한 ‘소렌스탐 극복’을 오초아가 달성한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다이아몬드바에서 송영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