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대구 혜화여고에서 열린 ‘에듀소시오 드라마’ 수업에서 학생들이 극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대구 혜화여고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태원 기자 = 엄마 역을 맡은 아이는 “공부 대신 음악을 하고 싶은 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딸 역할을 맡은 아이는 “엄마 역시도 어린 시절 꿈을 가지고 살지 않았냐”며 반문한다. 서로 평행선을 걷던 두 아이들은 선생님의 “그만”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다시 역할을 바꿔 무대로 마련된 교단 위로 오른다. 이번에는 딸이 엄마로, 엄마가 딸로 바뀌는 순간이다.
분명히 딸을 이해 못하겠다고 했던 엄마 역 아이는 “내 인생은 내가 주체로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엄마의 어린 시절 꿈을 내세우며 호소하던 딸 역 아이는 “그래도 지금은 공부가 우선이다”라며 다독인다.
극이 끝나면 이번에는 지켜보고 있던 다른 아이들이 방관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입장으로 바뀌어 무대를 채운다. 하나의 역을 여러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혹은 정 반대의 역할로도 실시간 연기해보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과 달랐던 타인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혜화여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종백 교사(57)의 교육사회극 ‘에듀소시오 드라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통찰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큰 줄기로 삼는다.
▲대구 혜화여고 김종백 교사가 ‘에듀소시오 드라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학교부적응, 학교 폭력, 진로탐색, 자기주도적 학습 등 학생들과 밀접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며, 한 주제마다 학생들이 즉흥적으로 역할을 맡아 직접 드라마를 창작한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중에는 반드시 역할 교대가 일어난다. 예컨대 학교폭력을 주제로 극을 진행할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역을 맡은 학생들이 서로 교대하고 선생님과 학부모를 맡은 학생들이 서로 교대하는 식이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 김 교사의 설명이다.
김 교사는 “역할극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이를 통한 행동 개선은 물론 행위 통찰, 가치관 재검토, 새로운 행동 반응 습득 등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라며 “각 학교에서 이를 응용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르친다면 청소년들의 학교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듀소시오 드라마는 이들의 행동 개선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첫 시작을 ‘일진’ 등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로 진행된 것이 그 이유였다. 학교에서 ‘모난 돌’처럼 행동하던 아이들은 스스로 ‘교칙을 어긴 ’나‘를 지도하는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실컷 꾸짖어보기도 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입장’이 되어 슬퍼하기도 하는 등 자신을 다른 각도로 바라본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한 번 ‘내’가 되어 자신의 행동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것으로 역할극이 마무리된다.
김 교사는 “에듀소시오 드라마는 학교 안의 집단과 관련되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방면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특히 교사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서 더 나아가 교육청이나 여론의 입장까지 맡아 역할극을 하면서 다양한 입장을 통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듀소시오 드라마는 2014년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 및 교사, 학부모 등을 상대로 30회 이상 개최돼왔다. 지난 1월10일에는 초·중·고 연극 지도 교사 17명을 상대로 3일간 ‘에듀소시오 드라마 학생 지도 연수’가 진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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