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 천하장사가 돼서 동네 잔치를 열 때만 해도 난 하늘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사법고시, 서울대 합격할 때만 나붙던 플래카드가 홍만이 이름으로 펄럭거리는 걸 보니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였다. 홍만이가 우승 턱 내라고 준 1000만 원의 돈이 아깝지 않았다. 이게 자식 키운 보람인가 싶어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런데 우승컵을 가져 오는 횟수가 늘어나고 홍만이가 점점 더 유명해지면서 한 턱 내는 게 부담스러워졌고 플래카드도 반갑지 않았다. 인사할 때도, 인사드려야 할 곳도 많아졌고 무슨 날이나 행사 때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한동안 아들에게 내색조차 못하고 딜레마에 빠져 있던 난 어느 순간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야 말로 ‘행복한 고민’이란 걸 깨달았다. 우승도 못하고 별 볼 일 없는 선수로 추락해 있다면 그 또한 눈 뜨고 못 볼 일 아니겠나. 우승이 반갑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후에 부모 몫으로 돌아오는 보이지 않는 ‘의무 이행’들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고민은 나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리는 선수의 부모라면 한 번쯤 안고 갔던 고민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