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한국프로농구 최고의 스타는 누굴까. ‘최고 몸값의 김주성(동부)이나 서장훈(삼성), 아니면 인기가 좋은 김승현(오리온스)이나 양동근(모비스)’이라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겠지만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을 꼽는 농구인이 많다.
연봉 3억 원이 넘는 스타플레이어 한 명 없이 모비스는 현재 10개 팀 중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 유력하다. 모두들 유재학 감독의 조직농구가 꽃을 피우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평판 때문일까. 유 감독의 거취에 대한 각종 ‘설’이 벌써부터 확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이 서울 SK 이적설이다. 오는 4월 모비스와의 계약이 만료되면 유 감독이 SK로 옮기는 시나리오가 이미 완성돼 있다는 것이다.
여러 근거가 있지만 일단 모비스와 SK의 전력 변화, 그리고 SK 허남철 단장과의 각별한 친분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2006~2007시즌이 끝나면 모비스는 간판 선수인 양동근이 군입대한다. 양동근뿐 아니라 장신 포워드 김동우도 군복무로 두 시즌 동안 뛸 수 없다. 여기에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윌리엄스는 용병 제도 변화에 따라 모비스에서 다시 뛸 확률이 희박하다. 용병 선발이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로 바뀌는 탓이다. 여기에 몸값이 크게 줄어 윌리엄스가 다시 한국에 올 가능성 자체가 아주 희박하다. 주요 선수 3명이 동시에 빠지기 때문에 모비스는 차기 시즌 전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SK는 방성윤 문경은 전희철 임재현 등 주축 선수들이 건재하다. 방성윤은 2002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고 나머지는 이미 병역을 필했다. 용병만 제대로 뽑으면 4강 이상은 떼논 당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4시즌 동안(2006~2007시즌 제외)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며 하위권을 맴돌아 플레이오프만 진출하면 잘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농구 지도자든 SK는 한번 맡아보고 싶어 하는 팀이다.
▲ 사진=울산 모비스 홈페이지 | ||
유재학 감독은 2004년 4월 당시 전자랜드가 무조건 재계약하자며 끈질기게 붙들었지만 모비스행를 택했다. 두 구단 외에도 유재학을 원했던 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몸값이 치솟았다. 모비스는 계약 기간 3년에 연봉 2억 3000만 원의 특급 대우를 해줬다. 이로 인해 다른 팀 지도자들의 몸값이 덩달아 폭등하기도 했다. 97프로원년 때부터 한 번도 쉬지 않고 프로팀 지도자를 계속해 온 유 감독은 당시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젊은 소장파에 속한다. 후배의 몸값이 오르니 선배(타 팀 감독)들이 그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SK 이적설에 대한 모비스의 반응은 한마디로 ‘걱정’이다. 시즌 중이고 또 워낙 예민한 문제인 만큼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민감한 문제다. 물론 모비스는 재계약이 원칙이다. 모비스의 이동훈 기획팀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SK 이적설은 이미 여러 차례 들어봤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시즌 중에 감독에게 이를 물어볼 수도 없지 않은가. 다른 구단이 어떻게 하든 지난 3년간 최하위권의 모비스를 정상으로 이끈 유재학 감독과 재계약하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최고의 조건을 내걸어 꼭 붙잡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말을 아꼈다. “내가 SK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은 바 있다.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SK도 프로 농구판을 잘 안다. 시즌이 끝나면 모를까 시즌 중에 영입 제의를 하고 또 이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거취에 대해 “일단 최선을 다해 시즌을 마칠 것이다. 계약이 만료되면 그때 가서 신중히 거취를 고민하겠다. 좋은 조건, 그리고 좋은 팀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지도자에게 당연한 것 아닌가. 모비스나 SK, 혹은 다른 팀과도 만나볼 용의가 있다”라고 확실하게 말했다.
확실한 것은 올 시즌이 끝나면 서장훈 김주성 등 최고의 FA 선수 못지않게 유재학 감독을 영입하려는 각 팀의 경쟁이 불을 뿜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유 감독이 대한민국 최고의 농구감독으로 특급 대우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유병철 객원 기자einer66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