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이명박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유남규 탁구대표팀 감독(맨 왼쪽)과 이용수 KBS 축구해설위원(왼쪽에서 세 번째)도 참석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뚜렷한 여권 후보가 없는 가운데 야당 후보, 그것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한 체육계의 대선 바람을 취재했다.
2002년 대선 레이스 초반 약 400명의 체육인들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지지서명을 했다. 대선 국면 초반 워낙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기에 ‘쏠림 현상’은 더 심했다. 전국구 국회의원 출신으로 서울시체육회사무처장인 이만재 씨와 축구인 출신의 안종복 씨(당시 대통령후보 특보, 현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FC 대표이사) 등이 체육인 모으기를 주도했다. 이들 외에도 이름을 대면 쉽게 알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도 이회창 캠프에 줄을 댔다.
여권에서는 대한체육회의 요직(사무총장, 태릉선수촌장)을 거친 김봉섭 씨가 올림픽메달리스트를 중심으로 이에 맞섰다. 1999년 1월,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들이 결성한 ‘함께하는 사람들’이 당시 여권과 가까웠다.
어쨌든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역전승을 일궈내면서 체육회에 휘몰아친 대선 열풍도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회창 후보가 승리했다면 열띤 논공행상 논쟁이 벌어졌겠지만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고, 이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체육계의 대선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
이명박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를 한 달여 앞둔 지난 2월 중순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조용하지만 의미심장한 모임이 하나 열렸다.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들과 체육계 주요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단체가 하나 결성됐다. 이른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하 아세사)’. 단체 이름과 공식적인 결성 취지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 캠페인을 돕는 체육인들의 단체였다. 이만재 서울시체육회 부회장이 주도했고, 이용수 KBS축구해설위원이 수석대표, 유남규 탁구국가대표 감독과 ‘유도영웅’ 이원희, 그리고 코미디언 심현섭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스타플레이어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많은 체육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사’는 3월 20일 이명박 전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무실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또 향후 한국 스포츠의 모든 종목, 그리고 각 시도 체육회까지 회원을 약 5000명 규모로 늘려 대선 레이스에서 이명박 캠프의 체육계 외곽 조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2002년 이회창 캠프에 체육인들이 몰려들었던 장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만재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아세사’와는 별도로 이 전 시장의 캠프에서 문화·스포츠통으로 자리잡은 공성진 국회의원 쪽도 이종격투기와 농구 등 프로스포츠를 중심으로 세 불리기에 한창이다. 이들 외에도 A 씨, B 씨 등이 체육통으로 이 전 시장의 캠프에 줄을 대고 있다.
이처럼 체육인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이명박 지지’에 나서면서 같은 행사에 유명 스타플레이어를 끌어들이는 데에도 캠프 내 자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체육인들의 대선 러시 현상은 이명박 캠프에 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쪽은 다소 뜸한 모습이다. 박근혜 캠프는 연예인의 경우 이명박 캠프 못지않게 많은 지지자가 있다. 하지만 체육계는 프로복싱 전 세계챔피언 홍수환, 장정구 씨 정도가 눈에 띈다. 아직 ‘아세사’처럼 단체를 결성하는 등 조직화 움직임도 없다. 지지율에서 넘버3에 그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 캠프는 특별한 체육인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경기도지사 시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축구 스타’ 박지성의 이름만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여권에서는 확실한 대선 후보조차 결정되지 않은 까닭에 이렇다 할 체육인들의 가세가 없는 실정이다.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변수가 많지만 열린우리당에서 체육전문가로 꼽히는 안민석 국회의원, 민주당의 김봉섭 중랑갑지구당위원장 등이 향후 체육계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철 객원기자 einer66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