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국이 지난 2월 27일 FA컵 웨스트 브로미치 전에 출전했다. AP/연합뉴스 | ||
미들즈브러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간의 FA컵 8강전 재경기가 열렸던 지난 20일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 이날 벤치를 지킨 이동국(미들즈브러)은 팀 패배를 확인한 뒤 매니저와 함께 차를 타고 경기장을 떠났다.
미들즈브러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공식인터뷰에서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풀타임을 뛰기에는 모자라다”며 이동국을 뺀 이유를 밝혔다. 이동국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말을 전해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겐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첼시의 안드리 솁첸코도 프리미어십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애초 이곳에 올 때 6개월을 잡았다.”
이동국이 프리미어십에 데뷔한 지도 한 달이 넘어간다. 프리미어십 데뷔전이던 지난달 25일 레딩전에서 골대를 강타하는 슛을 날린 이동국은 이후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려갔다. 지난 17일 프리미어십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선발 출전도 했다. 적응기를 거치는 이동국을 보며 프리미어십 전문가들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홋스퍼)를 벤치마킹하라고 권한다. ‘축구종가’ 안착에 성공한 대표팀 선후배들의 길을 좇아야 프리미어십에 빨리 적응해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성의 성실함
한국에서 박지성보다 개인기가 나은 선수는 여럿 있다. 골 결정력이 더 좋은 선수도 많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박지성보다 먼저 프리미어십의 문을 열지 못했다.
175㎝ 72㎏의 왜소한 체격에다 평발이란 불리함까지 안은 박지성. 그가 장애물을 넘고 프리미어십 최고 명문 맨유 유니폼을 입을 수 있던 ‘비결’은 엄격한 자기관리와 비할 데 없는 부지런함이다.
지난 34년간 프리미어십을 취재한 대기자 데이비드 미크는 박지성의 성공 신화를 그의 성실함에서 찾았다. “(알렉스) 퍼거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UNITED)’에 어울리는 선수를 원한다. 훈련장 안팎에서 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박지성은 ‘퍼거슨의 선수’다.”
▲ 지난 3월 21일 입국한 박지성.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영표의 적극성
프랑스 스포츠전문지 <르퀴프>의 크리스토프 라르셰 기자는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현지 적응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은 필수이고 문화에도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이천수가 스페인 여자와 사귀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2년이나 뛴 안정환이 경기를 마치고 이탈리아 선수들과 어울렸다는 말도 들은 바 없다. 마음은 한국에 놓고 몸만 유럽으로 가져온 셈이다. 이런 식으론 유럽리그에서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라르셰 기자는 유럽 진출을 꿈꾸는 한국 선수들은 이영표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자신의 논리를 계속 폈다. “한국 선수들은 이영표의 성공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활달한 성격과 현지어(영어)로 동료들과 영국 언론을 상대한다. 이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안정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축구는 ‘단체 스포츠’다. 구성원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제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성공하기 힘들다.”
이동국이 베르더 브레멘(독일)에서 뛸 때 그의 독일어 통역을 맡았던 ‘풋볼파크’ 박종완 대표도 라르셰 기자와 비슷한 말을 했다. “이동국은 6개월 동안 브레멘에서 뛰면서 동료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았다. 학생처럼 생활했다. 미들즈브러에서는 그때와는 다른 생활 방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전광열 스포츠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