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회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대구 개최가 확정된 뒤 김범일 대구시장(오른쪽)과 라민 디악 IAAF 회장(가운데)이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장면1 김범일 대구시장은 3월23일 케냐 몸바사로 떠나는 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접촉했다.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이날 오전 경북 구미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연구개발기술센터 착공식에 참석해 윤 부회장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시장은 ‘삼성이 대구 세계선수권을 도와주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 삼성전자가 제공한 헬기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갔다. 결전지로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 삼성의 확답을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장면2 대구유치위원회는 3월 27일 집행이사회 프리젠테이션에서 ▲참가 선수단과 임원진 전원에게 숙박비와 훈련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전 세계 취재진이 하루 100달러의 실비로 숙식을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쇼킹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되는 일로 삼성과 같은 국내 대기업의 스폰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삼성은 선수촌과 미디어촌 등 대회 인프라를 조성하기로 했으며 특히 미디어센터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동원해 ‘IT강국 한국’과 ‘세계 최고 삼성’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삼성 선수촌과 삼성 미디어센터가 되는 것이다. 또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대구 유치위원회 측이 케냐 현지에서 IAAF 수뇌부에 삼성이 현재 비어 있는 IAAF의 ‘전기·전자업종’ 공식 스폰서로 참여한다는 내용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면3 3월 29일 김범일 대구시장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전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메인 스폰서 수락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점을 이해한다. 그러나 결국 메인 스폰서로 나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IAAF 집행이사로 이번 유치 결정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박정기 전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도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이고 삼성, 현대차 등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 대구에서 대회를 하는데 외국기업이 후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삼성 스폰서설을 뒷받침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2월 25일자를 통해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유치에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당시 삼성은 ‘유치가 결정되면 스폰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대구유치위원회 측은 ‘어차피 도와줄 거 미리 확실하게 발표를 하면 대구 유치는 100%’라며 결단을 촉구하고 있었다.
결국 이번 유치 성공 과정을 되돌아보면 유치위원회와 삼성은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삼성이 함께한다’는 확실한 보증을 케냐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막판에 합의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이 지원하는 실탄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1년 대회의 메인스폰서 비용으로 150억 원(1500만 달러)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시는 숙박·수송 비용과 경기장 개·보수 비용, 인건비 등을 포함해 총 예산규모를 700억 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이중 정부와 대구시의 지원금이 449억 원, 입장권 판매 예상수입이 128억 원으로 추산된다. 93억 원 정도가 모자라는데 입장권 판매 실적이 부실할 수 있고 또 여유있는 대회 진행을 위해 기업 후원금이 150억 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삼성의 부담 규모는 훨씬 크다. 최소한 ‘곱하기 4’는 해야 한다. 서상택 대한육상경기연맹 홍보부장은 “그동안 IAAF는 대구 유치를 조건으로 향후 4년간 한국기업이 연간 1500만 달러, 즉 총 6000만 달러를 IAAF에 후원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150억 원이 틀린 액수는 아니지만 이는 연간 후원금으로 기간(4년)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로 늘어나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IOC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계약돼 있는 삼성은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IOC후원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IAAF에 대한 엄청난 지원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게 되면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 파트너의 재계약 때 그만큼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IAAF 후원을 공식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부담이 자신에게만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일본의 사례(스포츠마케팅회사인 덴츠가 여러 기업을 묶어 스폰서 컨소시엄을 구성)처럼 다른 대기업이 삼성과 함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함께 후원하기를 요구해왔다. 이번 유치 결정 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삼성의 이 같은 요구에 대구유치위원회(향후 조직위원회)는 타기업과 활발한 접촉을 펼쳤고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을 유치위원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차기 국제축구연맹 회장 도전을 검토하고 있는 정 회장은 이번에 케냐에는 가지 않았지만 향후 어떤 식으로든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후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철 객원기자 einer66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