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을 만날 땐 감독이란 타이틀을 떼고 만난다. 정감 있게 다가가는 사람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나.
―‘내가 신치용보다 나은 이유 두 가지’를 말한다면.
▲겉으론 다혈질이지만 엄청나게 치밀하고 베팅을 기가 막히게 한다. 또한 난 엘리트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최상의 조건에서 최상의 칭찬을 받으며 선수 시절을 보냈고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쓴맛을 느껴 본 적이 있나.
▲좀 재수 없겠지만 ‘없다’.
―현대캐피탈 맡은 이후로 후회한 적이 있었나.
▲있다. 그건 우승을 못해서, 구단이 날 도와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인터뷰 때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한다.
▲아내보다 아이들(이탈리아에서 배구 선수로 활약 중인 딸과 골프 선수인 아들)이 나로 인해 피해를 많이 봤다. 아빠의 유명세 때문에 자유롭게 살지 못해 항상 마음이 아프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스타 감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감독의 눈높이가 아닌 선수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선수 때 노력한 만큼만 감독이 돼서도 애를 쓴다면 못 이룰 게 없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은 노력이 부족하다. 설령 내가 엘리트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을지언정 그건 마음 속에만 있을 뿐 단 한 번도 선수들에게 내색한 적이 없다. 아! 딱 한 번 있다. 선수들이 삼성화재만 만나면 벌벌 떨길래 내가 삼성 감독보다 못한 게 뭐가 있다고 맥을 못 추느냐면서 다그친 적이 있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