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 | ||
박태환과 김연아는 2006년 초부터 수영과 빙상(피겨스케이팅)에서 차세대 월드스타로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도 단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스폰서십에서는 김연아의 스타트가 빨랐다. 2005년부터 당시 에이전트인 장달영 변호사가 “기업들의 후원 제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일찌감치 상품성이 주목을 받았다. 이어 김연아는 2006년 5월 타이거 우즈, 마리아 샤라포바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를 관리하는 IMG와 전격 계약을 맺었다. 이후 9월 ‘현대카드 슈퍼매치 2006 아이스쇼’라는 단발 행사로 출연료 6500만 원을 받는 등 박태환을 앞서갔다. 여기에는 11월 19일 김연아가 시니어그랑프리 첫 우승을 달성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IMG는 스폰서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박태환도 빙상연맹, 그리고 아레나 같은 크고 작은 기업의 후원을 받았지만 목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상황은 곧 달라졌다. 2006년 12월초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은 3관왕 등 7개의 메달을 따내며 대회 MVP에 올랐다. 거푸 아시아 기록을 경신했고 이제 ‘기대주’라는 수식어를 떼고 확실한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에 뒤질세라 김연아도 같은 달 15일 피겨스케이팅 시니어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두 남매에 국민들이 열광한 것은 물론이다.
이를 기점으로 둘의 스폰서 경쟁은 김연아 우위에서 팽팽한 접전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김연아는 국민은행의 단발 CF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2억 원을 받았다. 은반요정 김연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린 이 광고는 2007년 초 큰 화제를 낳았다(2007년 1월 8일 첫 방영). 기업 스폰서에서는 김연아의 우위가 계속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빙상보다 저변이 넓은 수영의 박태환은 2007년 1월 중순 세계적인 수영용품업체인 스피도와 2년간 30억 원에 달하는 초특급 후원계약을 맺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후원업체가 일반 기업이 아닌 용품업체였지만 계약 규모가 워낙 커 일단 돈 보따리의 크기에서는 단숨에 김연아를 능가한 것이다.
판도가 확 변한 것은 2007년 3월이다. 무대는 둘 다 세계선수권대회. 박태환은 멜버른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400m에서 동양인 최초의 금메달을 따는 등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김연아도 일본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사상 최고 점수를 받는 선전을 펼치며 한국의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따냈다. 둘 다 한국 스포츠사에 획을 긋는 쾌거였지만 무게감은 박태환이 컸다.
마찬가지로 스폰서십에서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박태환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CF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고, 일본의 세계적 기업인 니콘과 후원 계약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김연아 | ||
IMG 코리아 이정환 사장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뒤 해외 유명 스케이트 업체에서 김연아에게 무상으로 부츠를 제공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 해외전지 훈련에 도움을 줄 스폰서를 구하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CF도 국민은행이 김연아에 후속 모델로 ‘국민타자’ 이승엽을 택하면서 맥이 끊기게 됐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수영과 빙상이라는 종목 자체의 규모, 그리고 노출 효과 등 객관적인 차이를 주목했다.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인 Xports의 김성엽 팀장은 “일단 두 종목은 시장 규모 자체가 다르다. 수영은 육상과 함께 스포츠의 기초종목이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엄청난 저변을 갖고 있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팅을 즐기는 인구는 많지 않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비교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박태환은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 있는 반면 김연아는 올림픽까지 3년이나 남았다.
종목 자체의 노출 효과도 그렇다. IMG의 이정환 사장은 “피겨스케이팅은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측면에 비해 경기 자체에서 스폰서 노출이 적어 단발성 광고 외에는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피겨스케이팅은 경기복(주로 드레스)에 일체의 광고를 할 수 없는 반면 박태환은 수영모와 수영복 하의를 통해 확실하게 스폰서 로고를 보여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보다 심층적인 분석도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업체인 스포티즌의 심찬구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기업 입장에서 경기 자체의 노출 효과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광고업계에서는 다 아는 얘기지만 광고 모델로서의 신뢰도가 중요하다. 밝힐 수는 없지만 각종 광고 모델 신뢰도 조사에서 박태환은 지금도 그렇고 예전부터 김연아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심 대표에 따르면 박태환은 김연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다 밝고 긍정적이라고 한다. 작은 체구의 박태환이 두려움 없이 서양의 거인들과 경쟁을 펼치는 것 등이 사람들의 뇌리에 더 없이 긍정적인 면을 심어준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연아는 경쟁 상대가 주로 일본 선수이고, 또 ‘부상’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면서 다소 점수를 잃은 듯하다고 한다. 심 대표는 ‘이번의 단기적인 박태환의 경제 가치가 2000억 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태환 측근에서는 그동안 CF에서 박태환이 김연아에게 뒤진 것은 아시안게임 직후 CF 제의를 수도 없이 받았지만 세계선수권 준비를 위해 거절했을 뿐 처음부터 빙상의 여동생에게 뒤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1년간 박태환은 각종 포상금과 후원금을 합쳐 약 35억 원을 번 반면 김연아는 약 7억 원을 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병철 객원기자 einer66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