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이 광주일고 3학년에 재학 중인 97년, 해태는 모기업의 부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최희섭을 광주에 눌러앉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최대 3억 원의 계약금을 제시한 뒤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최희섭 측은 당시 계약금 4억 원을 요구해 1억 원의 차이로 협상은 결렬됐다. 게다가 고려대 측에서 최희섭에게 “일단 입학하기만 하면 해외 진출을 원할 때 언제든지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해가면서까지 거포 영입에 애를 썼다. 갈등하던 최희섭은 결국 고려대 진학을 택했고, 99년에 시카고 커브스에 입단했다.
97년 당시 해태의 재정 상태가 좋았더라면 1억 원 차이 때문에 최희섭을 빼앗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해태는 96년과 97년 2차 고졸 우선지명 선수였던 서재응과 김병현을 각각 인하대와 성균관대로 떠나보낸 뒤 느낀 허망함을 또 다시 곱씹어야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10년이 지난 현재 KIA가 최희섭 영입을 앞두고 있다. 총액 14억 원 안팎의 고액 계약이 될 듯하다. “총알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1억 원만 더 쐈으면 10년 전에 최희섭을 잡을 수 있었다”던 팀 관계자들은 지금 묘한 기분일 것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