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올림픽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민나온은 신지애 김송희 김인경 등과 함께 고교시절 한국 주니어무대를 휩쓸었던 유망주 출신이다. 선수층이 두텁기로 소문난 한국 여자골프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으니 처음부터 실력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지난해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18위를 기록, 올 시즌 조건부 시드를 받았다. 하지만 이전 6개 대회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고, 투어가 시즌 두 번째 멕시코 대회를 맞으면서 결장선수가 늘어나면서 간신히 출전권을 얻은 것이다.
미LPGA 투어 생활을 하며 간간이 지켜본 만 19세의 민나온은 정말 성실하고 착한 선수다. 인사성도 바르고,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한다. 처음 겪어보는 미국 투어생활이 힘들 법도 한데 항상 표정이 밝다. 특히 샷은 퀄리파잉스쿨에서 풀시드를 받지 못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정돼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미LPGA의 한국식구들은 이번 민나온의 선전에 진심어린 축하와 함께 ‘그만큼 노력했으니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민나온의 첫 대회 톱5는 의미가 있다. LPGA 규정 상 톱10에 들면 같은 시즌 잔여대회에서 더 많은 출전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마음을 졸이지 않고 이전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대회에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 시즌 미LPGA에서 한국선수들은 대회 때마다 계속되는 빗줄기만큼 성적부진으로 우울하다. 이번 민나온의 깜짝선전은 장마 도중 비친 신선한 햇살과도 같다. 분위기를 전환한 한국선수들이 하루 빨리 시즌 첫 승을 올리기를 바란다.
브로큰애로우(미 오클라호마주)=송영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