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홍만은 지난 4월 28일 K-1 월드 그랑프리 2007 하와이대회에서 미국의 말론을 상대로 KO승을 거뒀지만 상대선수는 물론 경기 내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
먼저 상대선수인 말론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최홍만이 특급 파이터를 물리쳤다면 경기내용을 떠나 무조건 재기성공이다. 반면 옆집 아저씨 같은 선수라면 얘기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말론은 아주 심한 ‘수준 미달 선수’다. 국내 언론이 K-1 보도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며 ‘하와이 출신인 말론은 킥복싱으로 다져진 파이터다. 무명에 가깝지만 12전 전승, K-1에서 1전 1승을 거뒀을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다’고 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물론 일본 K-1 공식페이지는 말론의 전적을 12전 전승에 K-1 1승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12전 전승에 대한 구체적인 전적은 전혀 없고 K-1 1승도 2005년 7월 대회에서 거둔 올드 데이터다. 2005년 7월 대회가 하와이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역선수 배려 차원에서 링에 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믿을 만한 사이트인 미국의 격투기전문 웹진 ‘셔독’을 참고하면 말론은 2000년 종합격투기에 데뷔, 최홍만과의 경기에 앞서 가진 시합에서 1승 5패를 기록했다. 2000년 데뷔전에서 이겼고, 그 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1년에 한 차례씩 링에 올라 연속으로 완패했다. 그나마도 프라이드나 UFC가 아닌 동네대회에서였다. 언제 어떤 무대에서 12전 전승을 거뒀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수준 미달 선수임은 확실하다. 심지어 신장도 190cm가 넘는 장신으로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183cm로 최홍만(218cm)보다 35cm나 작았다. 하와이 현지 보도에 따르면 세 아이의 아버지인 말론은 경기를 앞두고 “나는 곧 옷가게를 열 것이다. 이번 경기가 (가게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록키’라는 거창한 별명도 알고 보면 실소가 나올 정도다. 영화 <록키1>에서 무명복서 록키(실베스터 스텔론)가 갑자기 세계헤비급타이틀 도전자로 지명돼 명승부를 펼친 것처럼 자신도 되고 싶다고 해서 탄생한 별명이다. 최홍만이 이런 말론을 이긴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졌다면 세계적인 뉴스가 될 판이다.
그럼 K-1과 최홍만은 왜 이런 수준 이하의 재기전을 ‘서둘러’ 치렀을까. 통상 파이터들은 3~4개월에 한 번씩 링에 오르는데 최홍만은 충격의 패배 한 달여 만에 다시 링에 올랐고, 또 6월 초 브록 레스너와의 경기도 잡혀 있다.
K-1을 주최하고 또 거액을 주고 최홍만과 재계약을 맺은 FEG는 한국시장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최홍만이 쉽게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돈값을 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 최홍만도 충격의 패배가 연예계 활동 등 경솔한 이미지와 겹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자 하루빨리 이를 만회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상대가 워낙 약하다 보니 경기 내용도 사실 의미가 축소된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출신의 K-1 파이터 최용수를 지도하고 있는 박현성 관장(21세기권도본관)은 “아직 싸움 수준이다. 큰 체구로 인해 러닝스텝이 안 된다면 워킹스텝이라도 잘 밟아야 하는데 그냥 상대를 쫓아다니기만 한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앞손(가드)도 엉터리다. 이렇다보니 정확한 임팩트가 나올 수 없다. 데뷔 초기 뛰어난 신체조건을 잘 활용해 가능성이 보였지만 솔직히 기술적으로는 하나도 발전하지 않았다”라고 혹평했다. 박 관장은 “상대선수는 잘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최홍만이 잘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상태라면 톱클래스 파이터에겐 늘 고전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동기 MBC ESPN 해설위원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 위원은 “150kg이 넘는 선수에게 경량급 선수의 기량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이번 경기는 상대를 떠나 집중력, 밸런스, 체력 등이 훨씬 좋아졌다. 특히 가드를 잘 올렸고 허술하기는 했지만 하이킥까지 시도하는 등 기술적 발전이 있었다”고 평했다. 이 위원은 “최홍만이 일본 오사카의 정도관 본부에서 주로 훈련을 하는데 K-1 초창기 멤버로 일본에서는 유명한 격투가로 통하는 김태영 사범의 지도를 받고 있다. 계속해서 기량이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한때 온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최홍만은 뼈아픈 패배와 함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질책을 받았다. 이번 승리가 과거의 믿음을 되살리기에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 결국 확실한 재기 여부는 마이티 모와의 리턴매치 같은 특급 파이터와의 대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최홍만은 오는 6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WWE 특급스타 출신인 브록 레스너(30·미국)와 격돌한다. 이 경기가 레스너의 종합격투기 데뷔전이고 종합격투기 룰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논란이 많다. 아마추어 레슬링 강자 출신의 레스너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리고 입식타격이 아닌 종합격투기 룰에 대한 적응도에 따라 최홍만은 이겨도 져도 다양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병철 객원기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