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이 귀국한 지난 11일, 기자의 전화를 받은 장성호는 예상 외로 목소리가 밝았다. 그러면서 대뜸 하는 말이 “아니, 희섭이가 오는데 왜 제가 관심 대상으로 뜨는 거죠?”라며 웃었다. 그는 “어제 희섭이의 계약 소식을 듣고 외야 수비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포지션 변경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해태 시절 2년 반 동안 좌익수로 뛴 경험이 있어요. 실력이요? 그냥 공 잡는 수준이죠 뭐. 1루수 외엔 경험이 전무한 최희섭 대신에 제가 좌익수로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봐요. 용병도 하는데 제가 못하겠어요?”
장성호는 포지션 변경보다도 더 중요한 건 적응과 시간이라고 말했다. 5년 이상 1루수로만 활약했기 때문에 갑작스런 자리 이동은 공·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희섭이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생활하는 게 처음이잖아요. 돈도 많이 받고 들어오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야 선수도, 또 팀도 좋은 거잖아요. 물론 처음에는 (포지션 변경에 대해) 섭섭하고 서운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팀 상황에 맞춰갈 수밖에요.”
올시즌 프로야구 최초로 10년 연속 3할 타율에 도전하는 장성호는 외야수 수비 부담으로 인해 자칫 타율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했지만 몇 게임 정도만 영향을 받을 뿐 그 이후론 적응돼서 괜찮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5년 말 FA가 되면서 KIA와 42억 원의 대박 계약을 터트린 뒤 곧바로 휴대폰 번호를 바꿨던 장성호. 당시 그가 휴대폰 번호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는 FA 대박 운운하는 기사가 나온 다음부터 여기저기서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전화를 너무나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기자와 인터뷰 말미에 “이젠 투자하라는 전화가 없어 휴대폰 번호를 바꿀 일이 없다”며 호탕하게 웃는 장성호는 최희섭의 KIA 입단이 실보다는 득이 훨씬 클 것이라며 잔뜩 기대를 부풀렸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