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아쉬움 때문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사실 이 때 미LPGA 내부에서는 페테르손이 큰 화제였다. 페테르손은 작년 시즌까지만 해도 정말 아주 악명 높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얼굴에서 미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선수로 ‘불친절의 대명사’였다. 인상뿐 아니라 슬로우 플레이, 그리고 절제하지 못하는 성질로 인하여 함께 플레이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불편함을 줬다. 수잔 페테르손과 함께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될 경우 선수들은 “차라리 기권을 해야겠다”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런 페테르손이 올해 완전히 180도 변신을 한 것이다. 다른 선수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성적도 놀랍게 향상됐다. 대변신과 함께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화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페테르손의 매니저에게 ‘수잔의 변신’에 대해 슬쩍 질문을 던졌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겨울 페테르손은 자신이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코치와 계약을 하고, 심지어 정신과 상담까지 받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페테르손의 매니저로부터 “마음이 안정되고, 좀 더 여유 있는 생각을 하면서 시합이 잘 풀리게 됐다”는 말을 듣고 골퍼에게 마음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외국 선수들에 비해 성적에 대해 지나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야말로 ‘페테르손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팬들이나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미LPGA에서 한국 선수들의 우승 횟수가 예전만 못하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대회마다 한두 명의 한국 선수가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고, 톱10에서 한국 선수가 빠진 대회는 거의 없다. 주요 프로스포츠에서 여자 골프 만큼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진 종목이 없지 않은가.
어쨌든 이지영 프로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성격 개조까지 단행하면서 대변신에 성공하고 있는 ‘착한 페테르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코닝(미국 뉴욕주)=송영군 통신원